전문가칼럼

[ICT법 바로알기] 병행수입과 통관보류절차 (下)

김경환 변호사
[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 변호사] 상편에 이어 병행수입의 적법한 범위에 대해 살펴본다.

셋째, 외국 상표권자의 요청에 의해 주문제작하기 위해 견본품을 수입하는 경우에 병행수입은 허용된다. (○)

넷째, 상표권자가 처분제한 없는 조건으로 양도담보 제공한 물품을 당해 상표에 대한 권리 없는 자가 수입(공매 등 수입의제 되는 경우 포함)하는 경우 및 국내 상표권자가 수출한 물품을 당해 상표에 대한 권리 없는 자가 국내로 다시 수입하는 경우에 병행수입은 허용된다. (○)

만일 병행수입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라면, 세관으로부터 수출입통보사실을 받은 국내의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는 세관에 통관보류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이러한 통관보류 요청은 세관장에게 미리 상표권자로 신고한 자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미리 상표권자로 신고하지 않은 자도 할 수 있다.

통관보류 요청이 접수되면, 세관장은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당해물품의 통관을 보류해야 한다. 이 때 통관보류요청자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수출입자가 입은 손해의 배상에 사용해도 좋다는 내용의 각서를 첨부해 당해 수출입물품의 신고가격의 100분의 120에 상당하는 금액을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 담보의 형태는 금전, 국채, 지방채, 유가증권, 보증서의 형태가 있다.

통관보류요청인이 통관보류 사실을 통보받은 후 10일 이내에 당해 수출입물품의 수출입을 금지하는 청구취지의 법원제소(가처분 신청을 제외) 사실을 입증하거나 통관보류를 계속하도록 하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사실을 통보한 경우에는 당해 물품에 대한 통관보류는 계속 된다.

한편 수출입자는 위조 또는 유사한 상표를 부착한 물품이 아닌 경우에 해당한다면, 통관보류요청인이 제공한 담보금액에 100분의 25를 가산한 금액의 역담보를 제공해 통관보류를 풀 수 있다. 이 경우 세관장의 통관허용 결정이 있어야 한다.

이 밖에 국내의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는 형사고소, 금지청구소송, 가처분소송,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반면 부당한 통관보류요청으로 인해 수출입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통관보류요청자는 수출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적법한 병행수입에 대해도 국내의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의 보호방안이 있다. 물론 통관보류나 상표권침해 주장은 할 수 없으나,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보호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버버리 사건에서, 대법원은 병행수입업자가 적극적으로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해 광고 · 선전행위를 한 것이 실질적으로 상표권 침해의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용태양 등에 비추어 영업표지로서의 기능을 갖는 경우에는 일반 수요자들로 해금 병행수입업자가 외국 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 등인 것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사용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 소정의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돼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나아가 국내의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는 외국의 상표권자와의 ‘판매지제한약정’을 근거로 병행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가가 문제되지만, 이러한 약정만으로 병행수입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병행수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고시’에 열거된 법적 문제도 마저 검토하기로 한다. 이 고시는 부당한 병행수입 저지행위를 불공정행위로 규정함으로써, 부당한 병행수입 저지행위를 방지하고자 나온 것이다.

병행수입품이 정식수입품과 품질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에, 상품사양이나 품질이 다른 상표품인데도 불구하고 허위의 출처표시를 하는 등으로 인해 일반소비자에게 독점수입권자가 취급하는 상품과 동일한 것이라고 오인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허위의 출처표시 행위에 대해 제재할 수 있다.

그리고 독점수입권자가 외국상표권자로 해금 병행수입권자에게 제품공급을 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또는 병행수입품의 제품번호 등을 통해 그 구입경로를 알아내어 외국상표권자로 해금 제품공급을 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는 불공정행위로서 금지된다.

독점수입권자가 병행수입품을 취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자기의 판매업자와 거래하는 행위, 독점수입권자가 자기의 판매업자중 병행수입품을 취급하는 판매업자에 대해는 타판매업자에 비해 현저하게 불리한 가격으로 거래하거나, 수량·품질 등 거래조건이나 거래내용에 관해 부당하게 차별적 취급을 하는 행위도 역시 금지된다.

독점수입권자가 독점수입상품을 병행수입품을 취급하는 사업자에게 판매하지 않는 행위, 자기의 판매업자중 병행수입품을 취급한 사업자에 대해 부당하게 제품의 공급을 중단하는 행위, 독점수입권자가 자기의 판매업자로 해금 병행수입품을 취급하는 소매업자에게는 독점수입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역시 금지된다.

지금까지 병행수입에 관련된 쟁점을 살펴보았다. 정부의 물가안정정책 및 FTA의 전면적 도입으로 인해 병행수입에 관한 분쟁은 날로 늘어갈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 상표에 관한 분쟁으로 집중됐던 병행수입의 문제는 점차 저작권, 소프트웨어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이다. 수입업자나 상표권자, 전용사용권자 모두 관련법령을 잘 숙지함으로써 미리 미리 법률적 리스크를 줄여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끝>

<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 변호사>hi@minwho.kr
<법률사무소 민후>www.minwh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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