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기획/금융 IT통합①] 점화된 ‘메가뱅크’시나리오…IT 후폭풍은?

박기록 기자

우리금융 민영화는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현재 금융산업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우리금융의 정부 지분을 누가 인수할 것인지를 놓고 최근 다양한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은 어떠한 퍼즐도 맞춰지지 않은 모습이다. 하나를 맞추면 다른 하나의 변수가 그림의 완성을 방해한다. 경우의 수만 늘고있다.

 

현재로선 KB금융의 인수가능성이 여전히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우리투자증권을 따로 분리해서 매각할 것이란 예상, 사모펀드의 출자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우리금융의 규모를 감안할 때 시나리오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한편 IT측면에서 봤을때도 국내 금융산업에서 우리금융이 가지고 있는 위치, 그리고 그 시나리오에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이 포함돼 있고, 또한 그것이 메가뱅크(Mega)의 출현을 전제로한 것이라면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현재 투 뱅크(Two Bank) 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하나, 외환은행의 IT통합도 여전히 금융IT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슈다. 우리금융의 민영화 시나리오와 관련해, 금융 IT부문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글싣는 순서>

1. 합병, 고단한 IT통합의 역사
2. 듀얼시스템과 투뱅크, 효율성의 딜레마
3. IT통합, 의외로 민감한 현안과 IT자회사 문제

 

한동안 금융권에서 IT통합은 잊혀진 단어였다. 무엇보다 이렇다할 대형 금융회사간 합병 자체가 지난 수년간 없었다.

 

하지만 우리금융 민영화 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고, 또한 하나-외환은행의 투 뱅크 체제 일정이 앞당겨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어쩔 수 없이 IT통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거론되고 있는 해당 은행의 IT실무자들은 아직 아무런 얘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그랬던 것 처럼 대형 은행간 합병시 IT쪽이 가장 먼저 후폭풍이 미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으론 대형 은행들간의 IT통합은 해당 은행과 연결된 수많은 IT업체들의 비즈니스 전략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IT업계에도 매우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기도 하다. 

 

특히 IT업계 입장에서는 초대형 은행의 IT통합 논의 자체가 악재다. 지리하게 전개되는 IT통합 과정에서 규모가 큰 신규 프로젝트는 발주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통합 은행이 기존 두 은행의 IT플랫폼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솔루션이 퇴출되는 경우도 많다.  

◆가장 흥미진진한 시나리오는 역시 'KB국민은행+우리은행' = KB금융이 우리금융 지분을 인수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가장 관심은 역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통합이다.

 

물론 현재 두 은행과 관련해 제기될 수 있는 모든 IT통합 시나리오는 결론적으로 소설에 불과할 뿐이다 

 

막상 두 은행과의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라하더라도 IT통합 절차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미리 단언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위험하다. 다만 과거 은행권의 IT통합 과정에서 나타났던 방식과 완전히 다른 묘안이 없다면 과거의 방식에서 해법을 찾아야한다. 그런 점에서서라면 몇가지 가정을 전제로 민감한 사안을 짚어볼 여유는 생긴다.
 

먼저 ‘IT통합의 경험’이다. 두 은행 모두 IT통합이라면 이제 이골이 날 정도로 역전의 용사들로 불릴만 하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0년대초 '국민+주택'합병에 따른 IT통합 절차를 거쳐고, 우리은행은 그에 앞서 1999년 '상업+한일'의 IT통폐합 과정을 겪었다. IT통합엔 양측 모두 확실하게 검증된 '기술자' 들이다. 만약 IT통합에 있어 노조의 개입 등 '정치적 요소'만 배제된다면 IT통합의 효율성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IT통합과 카리스마 = IT통합을 많이 경험해본 금융권 IT담당자들은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IT통합에 있어 정치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예전보다는 적을 것”이라는 예상을 많이 한다. 


하지만 막상 IT통합 논의 과정은 강도는 예전에 비해 약해졌을지 몰라도 또 다시 양측의 힘이 연쇄적으로 충돌하는 과정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이미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두 은행 노조 모두 M&A(인수합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나서는 등 외곽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IT통합 논의에서도 복잡하게 얽히 헤게모니를 정리하는 것은 강력한 카리스마이고, 이는 정치적 선택의 영역이다. 과거에 그랬듯이 IT통합 논의가 태생적으로 고단한 여정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2001년 DJ정부 시절, 당시 통합 국민은행장을 맡았던 김정태 행장은 은행 간부들을 초청한 점식 식사자리에서 서울 상대 동기동창이었던 서재인 부행장(구 국민은행 전산부장 역임)을 갑자기 일으켜 세운 뒤 "오늘부로 서재인 본부장이 통합 전산본부장을 맡는다"고 전격 발표해 버렸다.

 

이는 지금도 국내 은행권에서 유명하게 회자되는 에피소드다.  어쨌거나 이 사건 이후로, 당시 국민-주택은행 구성원들간의 팽팽한 기싸움으로 교착상태에 빠질 것 같았던 국민은행 IT통합은 본격적인 탄력을 받게 된다.


만약 향후 국민+우리 은행의 합병 시나리오에서도 이같은 정치적 선택이 필요할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 김정태 행장과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CEO가 등장할 수 있을런지, 또 그같은 충격요법이 여전히 통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도 대체적으로 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