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인텔의 신형 마이크로프로세서(MPU) ‘4세대 코어 프로세서(코드명 하스웰)’에는 전압조정기, 업계 용어로 볼티지 레귤레이터(Voltage Regulator)가 기본 내장돼 있다.
MPU에 전압조정기가 내장된 건 업계 최초 사례다. 그간 전압조정기는 프로세서 외부 메인보드 기판에 탑재됐지만 인텔은 전력 사용을 보다 미세하게 관리하기 위해 이를 통합했다고 밝혔다.
인텔 공식 자료에 따르면 4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3세대(코드명 아이비브릿지)와 비교해 구동시에는 50%, 대기 모드시에는 200~300% 높은 전력 효율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높은 전력 효율성을 보이는 건 인텔 설명대로 전압조정기를 내장한 영향이 일부 있을 것이다.
인텔이 자사 프로세서에 전압조정기를 내장함으로써 관련 제품을 시장에 공급해왔던 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가트너 자료에 따르면 PC용 전압조정기 시장 규모는 연간 3억2500만달러. 제품 단가가 낮은 아날로그 반도체 업계에선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이 시장에 주로 참여해왔던 업체는 온세미컨덕터, 인터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이 있다. 리니어, 맥심, 인피니언 등도 일부 제품을 공급하고 있었다. 이들은 PC용 MPU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인텔이 ‘힘으로 게임판 자체를 없앴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인텔이 이들 업체들의 전압조정기를 아예 사용할 수 없도록 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PC 제조업체가 전압조정기를 따로 구매할 이유 또한 분명치 않으니 시장은 없어진 것이나 다름 없다.
그렇다면 인텔이 비난받아야 할까.
독점법에 저촉되지 않는 이상, 앞뒤 안재고 무작정 그러기도 쉽지 않다고 기자는 생각한다. 우선 인텔은 소비자가 쓰는 노트북 배터리가 더 오래갈 수 있다는 나름의 명분을 내세웠다. 무엇보다 그들은 PC MPU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그간 끊임 없는 노력과 혁신을 해왔다. 게임을 룰을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오르기 위해 그들이 흘린 땀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무선 모뎀 기술을 발판삼아 최근 모바일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퀄컴도 마찬가지 사례다. CDMA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하기까지 그들의 여정은 매우 길었다. 퀄컴의 기술 경쟁력은 모바일 시장에서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오른 단계다.
퀄컴이 자사 모뎀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꼭 맞춰진(충전이 빨리 된다거나) 전력관리반도체(PMIC) 연동 기술을 내놓고 여타 업체들에게 해당 기준을 준수하고 검증을 받으라고 한다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실력행사’를 한다한들 이것을 따르지 않을 업체가 얼마나 될까(퀄컴은 지난해 전력 반도체 업체인 서밋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한 바 있다). 퀄컴이 통합칩을 내놓으면 게임판 자체가 줄어들겠지만, 누가 무슨 힘으로 이걸 막을건가.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없는 이들은, 룰을 바꿀 수 있는 이들보다 2배 3배는 더 노력해서 본연의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비정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전쟁터 같은 글로벌 무대에서 ‘갑의 응징’과 같은 대한민국 사회의 인정은 기대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