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삼성전자-SK하이닉스 특허동맹 왜…특허 리스크 줄이고 차세대 메모리 포석

한주엽 기자
- 특허 및 차세대 메모리 관련 잠재적 위험요인 해소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일 반도체와 관련된 포괄적인 상호 특허 사용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이번 계약을 통해 특허 분쟁에 따른 불필요한 소모전은 없애고 신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우리끼린 특허 싸움 하지 않는다’라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 삼성전자와 LG반도체,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시절부터 지금까지 국내 반도체 업체간 특허 분쟁이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따라서 이번 건은 삼성과 SK 양사간 일어날 수 있는 ‘특허 분쟁 방지 계약’이 아니라 해외 특허괴물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허괴물은 인텔렉추얼벤처스, 램버스처럼 특허 그 자체로 돈을 벌어들이는 업체들을 뜻한다. 이들은 상품을 팔지 않기 때문에 “당신도 내 특허를 사용하지 않았느냐”라고 맞소송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양사간 특허 사용 계약을 맺으면 상대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컨대 특허괴물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우리 특허를 침해했으니 돈을 내라”고 소송을 내면 삼성 측은 “SK하이닉스의 특허를 사용한 것”이라고 대응할 수 있다.

특허분쟁정보사이트 페이턴트프리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특허괴물로부터 가장 많은 소송을 당한 기업 2위(37건, 1위는 애플)였다. 이 때문에 삼성 측이 먼저 SK하이닉스에 상호 특허 사용 계약을 제안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를 포함해 전체 10만2995건, SK하이닉스는 2만1422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스핀주입자화반전메모리(STT-M램), 저항변화메모리(Re램), 상변화메모리(P램) 등 차세대 메모리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계약이라는 시각도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2015~2016년 사이 미세공정 수준이 10나노대에 이르면 차세대 메모리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메모리가 D램과 낸드플래시와 같은 전통적 메모리의 역할을 대체하고 그간의 시장질서을 확 바꿀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차세대 메모리와 관련된 주변 인프라(데이터 통로 등) 표준이 아직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위험부담을 줄이려는 배경도 있을 것”이라며 “몇 개 안 남은 메모리 업체들이 한 방향으로 관련 산업을 키우려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 체결이 국내 IT 업체간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는 좋은 선례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특허로 인한 잠재적인 분쟁 가능성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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