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서비스업계, 자본력 바탕으로 SW시장 공략 박차
-“SW업계에 SW업체는 없어”… 유지보수 현실화도 시장 참여 원인 지목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IT서비스업체들의 자체 솔루션(SW)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소프트웨어(SW)산업에서 IT서비스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국내 SW업체의 경쟁력 감소와 맞물려 IT서비스업체들이 SW 시장을 장악하는 역전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SW업계 수익 대부분 차지=지난 7월 한국SW협회가 ‘SW 1000억 클럽’ 발표했다. SW 1000억클럽은 소프트웨어를 주 사업으로 하는 기업의 2012년 매출 규모에 따라 1조, 5000억, 1000억, 500억, 300억 등으로 나눠 매출액을 집계한 것이다.
한국SW협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SW산업이 열악하고 어려움이 많다는 편견과 달리 지난해 기업 성과가 양호했으며 고용 효과도 높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SW업체가 아닌 IT서비스업체들이 조사결과에 포함되며 나온 결과다.
300억 이상 기업 중에는 IT서비스 기업이 58개사로 50%를 차지했다. 상위 30개 업체만 봐도 IT서비스업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SW시장에서 정작 SW업체는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론 이번 조사가 순수한 SW사업만을 영위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됐느냐 하는 데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IT서비스업체들의 매출이 순수 SW 라이선스 및 유지보수 뿐만 아니라 시스템 통합(SI), IT아웃소싱 등 다양한 사업이 혼재돼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SW에 대한 매출만을 보고 조사를 진행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국SW협회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SW사업자신고(2012년)를 한 기업, 신용평가기관의 정보통신분류기업 중 주(主)업이 SW인 회사 등을 대상으로 했다는 설명이다. IT서비스업체들이 대부분 SW사업자 신고 및 정보통신분류상 SW에 속해있다는 점에서 외형적으로 문제는 없다.
하지만 SW시장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는 데 있어 SW 라이선스 및 유지보수 등을 기준으로 했어야 한다는 시장의 지적은 주목할 만하다.
◆자본력 기반 SW시장 공략=일각에선 IT서비스업체들의 SW개 발 및 시장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는만큼 국내 SW업체들의 주 경쟁자는 IT서비스업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본력을 갖고 있는 IT서비스업체들이 SW 개발에 너도 나도 나설 경우 SW시장의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IT서비스업체들은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공공시장 참여 제한 및 그룹사 내부거래에 대한 정부의 제제가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수익모델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IT서비스업체들은 SW 및 HW 유통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체 SW 브랜드를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IT서비스업체의 한 관계자는 “유통마진이 수익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유지보수 수익에 비할 순 없다”며 “그룹 계열사, 혹은 계열사의 협력사 등 SW 판매처가 확보된다면 자체 솔루션을 통한 시장 접근이 나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최근 정부가 SW제값주기 정책을 펼치며 유지보수 요율 현실화에 나서고 있는 것도 IT서비스업체들이 SW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정부는 현행 평균 7%인 SW 유지보수요율을 내년에 10%까지 높이고, 2017년까지 15%로 점진적으로 끌어올리기로 하고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SI를 통한 턴키(Turn-Key) 매출에 기대어 온 IT서비스업체들은 SW 유지보수를 통한 수익모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매년 고정적인 매출이 발생한다는 점은 수익 창출에 여념이 없는 IT서비스업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지보수요율이 현실화된다면 고정적인 매출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현실을 아는 만큼 IT서비스업체들의 SW시장에 대한 관심은 적었지만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IT서비스 시장에서 대형 사업이 당분간 부재할 것이란 시장의 전망도 IT서비스업체들이 SW시장에 관심을 쏟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IT서비스시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포화상태에 있었으며 해외시장 공략에 여력이 없는 일부 IT서비스업체들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SW업체들보다 자본여력이 뒷받침되는 IT서비스업체들이 SW개발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 및 인력 앞세워 품질확보 나서=IT서비스업체들이 단순히 SW시장에 편승하려는 것은 아니다. SI사업을 통해 사업 품질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이들 업체들은 SW개발에 글로벌 SW기업의 품질관리 기준을 적용하는 등 제품의 퀄리티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미 자체적으로 SI 사업을 위한 품질관리 팀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은 SW 개발 산출물에도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또 국내 SW업체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고객대응 업무를 강화하고 나서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최근 LG CNS는 자사 솔루션 이용 고객을 위한 ‘솔루션 고객 지원(Customer Support for Solution, 이하 CSS) 서비스’를 열었다.
LG CNS는 SGS(Smart Green Solution), SBP(Smart Bigdata Platform), SFS(Smart Factory Solution) 등, 자체 솔루션을 출시하면서 솔루션 활성화를 위한 고객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CSS 서비스를 개설했다.
국내 SW업체들이 고객응대 업무를 아웃소싱이나 자체인력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아웃소싱의 경우 전문성 미확보, 자체 인력을 통한 접근에는 인적자원 운용 한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반해 IT서비스업체들은 이러한 지원을 진행할 여력을 가지고 있다.
국내 SW업체들의 제품 핵심 기술의 내재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IT서비스업체들의 SW 제품 QA(품질관리) 및 버전 업그레이드 능력이 오히려 낫다는 지적도 있다.
SW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품 탄생부터 함께해온 개발자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IT서비스 등 대기업의 경우 SW 기업과 달리 이직 등 문제에서 보다 자유로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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