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축사례

통신사 아닌 IT업체로 진화하려는 KT

심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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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지난 30일 오전. KT가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주제는 KT가 KTF와의 합병 이후 지난 몇년 동안 진행해온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인 ‘BIT((Business & Information system Transformation)’. BIT 프로젝트는 2010년 시작돼 내년 초 최종 완성을 앞두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표현명 KT 텔레콤&컨버전스(T&C) 부문 사장이 이 간담회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이다. 일반 기업들은 차세대 IT시스템 구축 이후 기자간담회 같은 행사를 열지도 않지만, 연다 해도 이런 자리에 고위 경영자는 참석하지 않는다. 기업 IT시스템 구축사업의 경우 큰 비용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고위 경영진의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그저 IT시스템이 최대한 비용을 적게 사용하면서 운용되길 바랄 뿐이다. 대부분의 경영진에게 IT시스템은 미지의 세계이자 골칫거리이다.

이런 점에서 표 사장이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은 KT가 통신사를 넘어 ICT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표 사장은 “KT는 이제 통신 기업에서 글로벌 ICT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면서 “재창업 수준의 노력이 수반되는 BIT 프로젝트\'를 통해 인력과 프로세스, 툴(Tool) 모든 측면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변화하겠다”고 밝혔다.

BT가 단순히 영국의 통신사가 아니고, 아마존닷컴을 인터넷서점이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KT도 한국이라는 지역에서 유무선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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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BIT프로젝트를 통해 3대 혁신 과제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뼛속까지 통신사 직원으로 물들어 있는 직원들의 유전자를 IT업체 직원의 유전자으로 바꾸고, 사람 중심으로 흘러가던 업무 프로세스도 시스템 주도로 변화시키며, 독과점 시장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공급자(KT) 중심으로 사고하던 것도 통합 데이터 기반의 고객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조직에 IT 유전자를 심기 위해 KT는 BIT 과정에서 글로벌 IT인력을 적극 영입했고,  아웃소싱 하던 프로그램 관리도 직접적으로 소화하기 시작했다. KT는 전문 IT 인력을 2800명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스템 기반의 업무 프로세스 정착시키기 위해서 SAP ERP(전사적자원관리) 프로그램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기존 KT 프로세스에 ERP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SAP가 가지고 있는 글로벌 베스트프렉티스에 KT가 맞추겠다는 의지다. 또 통합 데이터 기반의 고객 중심 경영을 위해서 100테라바이트 이상규모의 전사데이터웨어하우징(EDW) 시스템을 구축했고, 유무선통합시스템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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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BIT 프로젝트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프로젝트에 투입된 비용만 9000억원에 달한다. 기존 별도로 운요되던 136개의 시스템을 ▲서비스제공플랫폼 ▲전사적자원관리(ERP) ▲콘텐츠통합관리시스템(CMS) ▲정보통합시스템(BI·DW) ▲영업지원시스템(BSS) 등 6개로 통합했다. 내년 초 개통될 영업지원시스템을 제외하고는 현재 모두 원활하게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 KT측의 설명이다.

KT는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KT는 국내 최대 규모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인 ‘유클라우드’를 운용 중인데, 고객들에게 자신의 판매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직접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KT와 같은 대기업의 핵심 시스템을 모두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일이다.

KT 측은 이를 통해 비용절감 효과를 톡톡히 봤다. BIT 추진단 이제 단장은 “(클라우드 덕분에) 하드웨어 구매비에서 1000억원이 벌써 줄었다”면서 “운용비용도 적어도 1000억원, 많게는 1000억원 절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비용만 준 것이 아니라 대고객 서비스의 품질도 향상됐다고 KT 측은 설명했다. 7000개가 넘었던 유·무선 상품을 381개로 축소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쉬워졌고, 콜센터도 유선은 100번, 무선은 114에 전화해야 했었지만 시스템을 통합해 이제는 어디에 전화해도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요금고지서도 내년 1월에 통합된다.

표 사장은 “소비자가 보다 쉽게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며 “유무선 요금 고지서가 하나로 통합되고 유선과 무선을 구분해 따로 하던 각종 상담도 한번에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 사장은 “통신산업 유전자는 규제, IT산업 유전자는 비규제산업이다. 또 통신산업 유전자는 국내이고, IT산업 유전자는 글로벌이다. 생각하는 자체를 통신이 아닌 IT로 전환하겠다”면서 “근원적 경쟁력 강화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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