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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공정하지 않은 공정위

심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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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런 홍보 문구를 보고 새 계절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백화점 정문에 들어섰다. 여기저기 살펴보던 A씨는 마음에 드는 옷을 하나 발견했다. 옷을 들고 계산대 앞에 선 A씨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고른 옷은 할인판매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A씨는 백화점 벽에 걸려 있는 거대한 현수막 끝에 작은 글씨로 ‘일부품목 제외’라는 문구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B씨는 디지털카메라를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 쇼핑 중이다. 네이버 지식쇼핑에서 최저가 검색을 통해 마음에 드는 카메라를 발견했다. 최저가도 30만940원으로 저렴했다. 클릭하니 모 오픈마켓 사이트로 이동했다. 그런데 그는 금방 실망하고 말았다. 분홍색 카메라만 그 가격이고 검정색이나 흰색은 7~8만원 더 비쌌다. 남성인 B씨가 분홍색을 살 수는 없었다.

위에서 언급한 A씨와 B씨는 시쳇말로 낚였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유통업체들이 이런 종류의 낚시 기법을 사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C씨는 소셜커머스에서 주말여행에서 머무를 펜션을 검색하고 있다. 마음에 드는 펜션이 5만6000원에 불과해서 클릭을 하고 들어갔다. 그러나 그 가격은 평일에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주말에는 그 가격의 두 배였다. 매우 저렴한 펜션을 찾았다고 잠깐 동안 기뻐했던 C씨는 이내 실망하고 말았다.

C씨는 A, B씨와 마찬가지로 유통업체로부터 기만을 당했다.

공정위는 지난 15일 거짓 또는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 유인행위를 한 쿠팡, 티몬, 위메프, 그루폰 등 4개 소셜커머스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 과태료 4000만원 및 과징금 51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소비자들을 위해 소셜커머스의 기만적 행위를 바로잡도록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유통업체들의 이런 기만행위는 소셜커머스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A, B, C씨의 사례는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공정위는 유독 소셜커머스만 문제를 삼는다. 공정위가 왠지 불공정하게 느껴진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계속되고 있는 거짓 소비자 유인행위를 시정함으로써 건전한 거래관행 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픈마켓 등 다른 분야의 사업자들도 경각심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커머스에 과징금을 부여해 오픈마켓 등 다른 사업자들에게 경각심을 제고하겠다는 것은, 바꿔말하면 오픈마켓은 봐줄테니 알아서 시정하라는 것이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차별을 받는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CJ그룹에서 운영하는 소셜커머스인 ‘오클락’은 이번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공정위는 상위 4개 업체를 조사했다고 한다. 꼭 상위 4개만 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 심지어 요즘은 그루폰보다 오클락이 더 잘나간다.

기존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법적으로도 차별받는다.

G마켓이 운영하는 소셜커머스인 지구(G9)쇼핑은 통신중계 업체로 규정된다. G마켓이 통신중계업체로 법인등록 돼 있기 때문이다. 통신중계 업체는 판매되는 상품에 하자가 있어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책임은 판매자가 진다.

그러나 쿠팡, 티몬, 위메프와 같은 소셜커머스는 통신판매업체로 규정된다. 통신판매업체는 판매되는 상품에 하자가 있으면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 지구쇼핑과 쿠팡·티몬·위메프
·그루폰은 같은 유형의 서비스인데, 지구쇼핑은 책임질 일이 적고 나머지는 크다.

대기업 계열의 유통업체나 글로벌 업체인 오픈마켓에 비해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여전히 신생 벤처에 가깝다. 그런데 공정위는 소셜커머스만 때려잡는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이들 소셜커머스 업체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이런 엄격한 잣대는 소셜커머스뿐 아니라 오픈마켓, 오프라인 유통업체에도 적용돼야 공정하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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