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더욱 짙어진 안개…삼성그룹 인사, 고려되는 변수는?

박기록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글쎄요. 대폭일지 중폭일지 소폭일지 알 수 없죠.”


삼성 미래전략실 소속 임원은 올해 12월초로 예정된 삼성그룹 인사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번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언제나 그렇듯 삼성 관계자에게 그룹의 인사를 예측해보라고 묻는 것은 인사말 정도 이상의 의미는 없다.

삼성 인사는 때론 어느 정도 전문가들의 예상과 부합한 결과가 나왔지만 때론 파격적인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예상보다는 결과에 대한 해석이 중요한 게 삼성 인사의 특징이다.


내달초로 예상된 삼성그룹 인사와 관련해 이미 많은 언론 매체들이 전망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삼성 인사의 핵심 기준인 성과를 중심으로 놓고 3세 경영권 승계, 미래 신사업 등이 인사 결정의 변수로 얹어지는 구도다.

인사에 어느 요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지는 사실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다만 올해는 고려돼야하는 사안이 많은 만큼 인사폭이 최소한 중폭 이상이될 것이란 분석이다. 물론 그렇다하더라도 그룹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보면 “전반적으로 예전보다는 예상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삼성 성과주의는 불변 = 좋은 경영성적표를 받아든 계열사들은 비교적 무난한 인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호텔신라, 제일모직 등은 실적이 괜찮다.

반면 삼성엔지니어링 등 실적이 악화된 계열사와 흑자를 기록했으나 경영지표가 기대치에 크게 못미친 계열사도 적지않다. 계열사가 경영실적 편차가 큰 것이 일단 특징인데, 이는 올해 삼성그룹의 인사가 전체적으로 문책성 인사로 흐를 것이란 배경이 되고 있다.

그룹내 주력인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3분기 영업매출인 59조 8000억원, 영업이익10조 1600억원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함으로써 기존 사업부문별 경영진이 재신임을 받을 것이란 예측이 높다. 이 때문에 사장단 인사이후 이어질 후속 임원인사에서 삼성전자 인력이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임원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재편되는 사업구조, 새로운 인물 발탁? = 실적과 관계없이 올해 삼성그룹은 3세 경영승계 구도와 관련한 행보로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이 때문에 사업구조 개편은 실적외에 올해 사장단및 임원 인사에서 고려해야할 중요한 변수로 꼽히고 있다.

올해 9월 이후, 제일모직 패션사업의 삼성에버랜드 이관,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 삼성코닝 지분의 정리, 삼성에버랜드의 식자재사업및 건물관리업의 물작분할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물론 삼성그룹측은 올해 9월부터 진행된 일부 그룹내 사업구조 개편과 3세 경영권 승계 작업과의 연계성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

계열사간 합병 또는 사업부문이 이관되거나 신설되는 등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관련 전문 인력의 이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와 관련해 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 삼성SDS, 삼성웰스토리(12월 출범) 등 관련 계열사들의 인사가 주목된다.

또한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변화에 시장이 관심이 쏠려있다. 그룹 경영승계와 관련한 후계 구도의 방향성이 더 분명해질 것이란 예측때문이다.

이부진 사장은 2011년 사장에 취임해 3년간 호텔신라 대표를 맡았다. 앞서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2010년말 부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어 올해 사장 승진이 점쳐지고 있다. 이 부사장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이 삼성에버랜드로 이관됨에 따라 소속을 옮길 것이란 전망이 높다.

◆ 위기감 도는 삼성, 이건희 회장 새로운 혁신 주문할까 = 미국에 체류중인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호암 26주기 추도식에 불참했다. 5년만의 불참이라 그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있지만 일각에선 이 회장이 해외체류가 예상보다 길다는 점이 사장단 인사와 맞물려 주목할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2차 전지 등 이 회장은 그동안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신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해왔고 그것을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실행에 옮겼다. 올해는 특히 올해는 이 회장이 지난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하고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다짐한지 20주년이 되는해다.

이 회장의 입장에선 당장의 실적보다는 삼성이 미래에 먹고 살길에 대한 고민이 커 보인다는 게 그룹 안팎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의 실적에도 그룹내 분위기는 예전만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

올해 그룹 총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그룹 최고 경영진의 입장에선 결코 반갑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를 제외한 제조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은 단순히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을 넘어설지도 모른다는 전망이다.

마침 그룹의 경영구도도 3세대로 전환돼어야할 시점이기때문에 올해 사장단및 임원 인사에서는 성과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큰 그림에서 그려질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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