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제 역할 못하는 한국MS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국내에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1일 국내 건설, 설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제안요청서(RFP)가 배포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은 중요한 뉴스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IBM, 오라클, 구글 등 글로벌 기업 중 처음으로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조 단위의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MS는 부산시, 부산정보진흥원, 부산 국회의원 등으로 구성된 기업유치 사절단에게 부지 등 여건만 충족하면 최대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도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이런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한국법인인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MS)가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 건립 프로젝트는 본사가 지휘하고, 중국MS가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MS는 관여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MS 임직원들은 언론보도 이전에 대부분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짓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데이터센터가 한국 시장에 한정된 목적이 아니라 글로벌 클라우드 센터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국MS 임직원들이 데이터센터 건립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기업의 국내 법인은 한국시장의 고객, 파트너, 정부관계자 등과 그 회사를 이어주는 채널 역할을 한다. 물론 주요 목적은 한국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지만, 단순히 제품판매 채널에만 그치지는 않는다. 제품 판매만이 목적이라면 법인을 설립하지 않고, 총판과 같은 파트너만 선정해도 되기 때문이다. 본사는 한국지사를 통해 한국 시장과 소통하는 것이다.
때문에 글로벌 기업의 한국지사는 글로벌 기업의 이익을 추구함과 동시에 한국 고객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 SAP코리아가 경기도 등과 함께 성남 판교에 디자인싱킹센터를 건립하는 것이나 구글이 유튜브에 K-팝 세션을 따로 설립하도록 힘을 쓰는 것 등은 한국법인의 역할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그런데 한국MS는 본사가 국내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본사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멀리서 지켜볼 뿐이다. 덕분에 한국MS에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수백 명의 한국인이 근무하는데, 국내 건설업체들은 제안서를 영어로 써서, 영어로 설명해야 한다.
한국MS는 김 제임스 사장이 부임한 이후 최고의 이윤을 올리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거의 유일하게 매년 목표를 초과달성하는 중이다.
반면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은 MS의 잦은 라이선스 검사(오딧)와 단속으로 지쳐가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 기업뿐 아니라 PC 1~2대에 불과한 어린이집 같은 소규모, 영세업체까지도 대상이 됐다. 결국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PC방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중국MS에 넘겨주고, 한국MS는 국내기업의 저승사자 노릇만 하고 있는 모습이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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