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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에 유독 가혹한 겨울… “SK그룹, 비상체제만으론 역부족” 우려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실형으로 SK그룹은 총수 공백이란 사상 초유의 위기상황이 결국 현실화됐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7일, 펀드 출자금 선지급금 명목으로 465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기소된 최태원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총수 체제’라는 강력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내 대기업 집단의 경영 문화를 고려했을때 지난해 1월, 최 회장의 법정구속 이후 이어져온 SK그룹의 비상경영 체제는 장기화가 불가피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던 SK그룹측은 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를 통한 비상경영 체제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수펙스 협의체가 제대로 가동된다하더라도 사실상 그룹 총수의 공백을 메꾸는 것은 역부족’이란 게 재계와 시장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본래의 기능과 역할상 수펙스 협의체가 그룹 총수의 의사결정을 대신할 수는 없기때문이다. 또한 총수 공백이 장기화되면 그룹내 조직의 피로도가 급속하게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무형의 손실을 감수해야한다.

특히 재계는 최근 집권 2년차로 접어든 박근혜 정부가 경제발전 3개년계획을 발표하는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인들의 역할과 경제살리기 훈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최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에 적지않은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SK그룹, 대규모 투자 ‘불확실성 증대’ = 지난해 말부터 SK그룹은 2014년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의 적극적인 M&A(인수합병)계획을 비롯해 SK하이닉스 반도체 설비투자와 같은 수천억원의 투자가 필요한 의사결정을 미뤄놓고 있었다. 구속상태에 있는 최회장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룹 내부적으로는 SK(주)와 SK C&C의 합병을 포함한 기업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도 꾸준히 제기된 상태였다.

최회장의 공백으로 SK그룹이 짊어지게 될 오너 리스크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그에 따른 손실은 SK그룹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세계 반도체 시장의 극심한 불황속에서도 지난 2012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지난해 3조379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SK하이닉스의 사례는 단순히 실적관리를 중시하는 전문 경영인 중심 체제였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결과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수조원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의사결정은 현실적으로 총수의 몫이란 게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록 있고 메모리 가격도 하락 추세다. 더구나 지난해 중국 우시 공장의 화재로 지난해 4분기 마이크론그룹에 D램 점유율 2위를 내줬다. 결국 SK그룹 차원에선 위기극복을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이 다시 한번 필요한 상황이다. SK그룹측은 올해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보완과 국내 신규 반도체 라인 건설 비용 등 4조원 내외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SK그룹 내부적으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온 SK(주)와 SK C&C간의 합병 시나리오 등 기업의 지배구조개편을 서둘러야하는 등 산적한 과제가 적지않다. SK그룹으로선 앞으로 4년간의 총수 부재에 대한 우려가 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최회장에 유독 가혹한 판결” 동정론도 =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최회장은 유독 법정 수난이 심한 경영인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최회장은 최근 수천억원 비자금조성 등 혐의로 구속됐다 형집행 정지로 풀려나거나 고령 이라는 이유로 구속을 면한 여느 대기업 총수들에 비해 훨씬 가혹한 가혹한 형벌를 받았다. 재계 일각에서 최회장에 대한 동정론이 나오는 이유다. 수천억원대의 세금탈루와 횡령·배임 혐의를 받은 조석래 효성 회장과 장남 조현준 사장은 최근 불구속 기소됐고, 기업어음(CP) 사기 발행 혐의로 재판받은 구자원 LIG그룹 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최회장은 1심인 공판이 열렸던 지난해 1월13일 법정구속 후 이미 13개월의 수감 생활을 했다. 국내 재계 총수중에 법정 구속이 이뤄진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이번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됨으로써 최회장은 2017년1월까지 수감생활을 해야한다.

더구나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구속되는 등 그룹 경영에 핵심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실행을 사는 경우도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이번 대법원 판결에 앞서 최회장 형제중 1명 정도는 경영에 복귀하는 것을 조심스레 점쳤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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