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MS의 결단 '아이패드용 오피스'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

심재석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야심차게 선보인 아이패드용 오피스가 초반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MS 오피스가 윈도 이외의 플랫폼에서도 지배자가 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MS의 전략이 이 시장에 주력해온 국내 업체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MS는 4일(현지시각) 아이패드용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의 다운로드 수가 1200만 건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출시 일주일 만에 얻은 성과다.

아이패드용 MS 오피스의 출시가 상징하는 바는 적지 않다. 타사 플랫폼을 상대적으로 배척해 왔던 MS의 전략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MS는 지금까지 타사 플랫폼 시장에는 소극적인 편이었다. 킬러 애플리케이션인 ‘MS 오피스’로 인해 경쟁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맥OS에서 구동되는 MS 오피스의 경우 존재하기는 하지만, 기능과 성능이 많이 떨어져 사용자가 많지 않다. 오피스는 윈도 플랫폼의 영향력을 높이는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경영진이 물갈이 되면서 MS 전략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스티브 발머 회장 이후 MS호의 키를 잡은 사티야 나델라 회장은 첫 공식석상에서 아이패드용 MS 오피스를 선보였다. 나델라 회장은 아이패드용 오피스에 대해 “탐사의 시작일 뿐”이라며 앞으로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방침을 전했다.

그러나 MS가 아직 환골탈태 했다고 확신하기는 힘들다. 아이패드용 MS오피스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오피스 365’에 가입해야 한다. ‘오피스365’는 월(연)정액제 상품으로, 여기에 가입하지 않은 이용자들은 아이패드용 MS 오피스의 편집 기능에 제한을 받게 된다. 어쩌면 MS는 타사 플랫폼에 대한 전향적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정액제’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확산에 더 욕심을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IT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아이패드용 오피스가 모바일 오피스 생산성 프로그램 시장을 바꿀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어떤 이용자들은 흔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가트너는 “아이패드용 MS 오피스의 사용자 환경은 친숙하지만 혁신을 원하는 일부 사용자들은 다르게 봐야 한다”면서 “MS의 월정액 기반의 모델을 어떤 조직은 받아들이겠지만 다른 사용자들을 화나게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MS의 이같은 전략 변화가 국내 업체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이다. 한글과컴퓨터, 인프라웨어 등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가 모바일 기기의 오피스 시장에서 세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아이패드용 MS 오피스가 이들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도 있다. 현재는 아이패드 버전뿐이지만, MS는 향후 안드로이드 패드 버전까지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가트너는 이에 대해 “작은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들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 시장에도 다소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한컴의 주식은 아이패드용 오피스 출시이후 하락했고, 인프라웨어 주가도 상승의 기미가 별로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갑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MS는 유료 과금체제 유지하고 있다”면서 “MS가 향후 안드로이드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오피스365로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모바일 오피스 업체들의 전략은 삼성전자 등 주요 스마트 디바이스 제조업체에 사전 탑재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삼성전자의 변심으로 한순간 무너질 수 있고, 개인 시장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지난 해말 구글은 퀵오피스를 무료로 선보였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윈도 이외의 플랫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서비스가 보편화 되면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비용을 들여 더이상 오피스 프로그램을 사전탑재할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국내 업체들도 제조업체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방식을 탈피해 독자적인 생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인프라웨어 관계자는 “폴라리스 오피스는 iOS와 안드로이드에서 모두 편집할 수 있어 글로벌 스마트 디바이스 7억대 이상에 기본 탑재돼 있다”면서 “모바일에 최적화 된 인프라웨어 폴라리스 오피스에 앞으로 PC 오피스가 더해진 서비스를 통해 경쟁력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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