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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골든프라이스’ 전략 재현?… 20나노 범용 D램 쏟아낸다

한주엽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가 PC에 탑재되는 범용 D램 생산을 본격 확대한다. 삼성전자의 물량 확대는 가격 하락을 크게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향후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화성 15라인의 36·32나노 D램 공정을 20나노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25나노 공정은 모바일 D램에 집중하고, 새로운 20나노 공정에선 범용 D램만 찍어내겠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계획이다. 이미 지난 달부터 20나노 4Gb DDR3 D램을 양산하고 있다.

36·32나노 공정을 20나노로 전환하면 줄어든 회로 선폭으로 인해 웨이퍼 한 장에서 찍어낼 수 있는 물리적인 칩(Die) 개수는 2배로 늘어난다. 공장 하나를 더 짓는 효과인 셈이다. 15라인의 생산 용량은 300mm 웨이퍼 투입 기준 월 14만4000장이다. 한 관계자는 “20나노 전환 램핑업(점진적 생산량 증대)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라며 “범용 D램 물량 확대 규모는 시장 가격에 연동해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의 조사자료를 보면, 주력 범용 D램인 DDR3 2Gb 1333MHz는 2012년 11월 0.80달러로 저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상승, 지난해 12월 1.97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범용 D램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이 덕에 삼성전자와 비교해 높은 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범용 D램 가격은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가동 재개로 올 초부터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물량 공급을 늘리면 가격 하락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공급 확대는 ‘우리만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수준까지’ 계속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골든프라이스’ 전략을 재현할 것이라는 의미다. 골든프라이스 전략이란 앞선 원가경쟁력을 무기로 경쟁사들은 이익을 내지 못하게 하면서 자사만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공급량을 조절하는 움직임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3월부터 20나노 D램을 양산하고 있다. 경쟁사는 6개월~1년 뒤에나 양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체별 원가 수준은 특급 기밀 사안이지만, 20나노 공정이라면 주력 제품 가격이 0.7~0.8달러 수준까지 떨어져도 충분히 이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업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36나노에서 25나노 전환이 더뎠던데다 25나노 공정에선 대부분 모바일 D램만 찍었던 탓에 지난해 범용 D램 공급부족 사태가 일어났던 것”이라며 “골든프라이스 전략을 재현하겠다는 것은 그간 약화됐던 ‘가격통제권’을 다시금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 전문가는 “가격통제권은 결국 기술(빠른 공정전환)에서 나온다”라며 “20나노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삼성전자가 다시금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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