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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 LGU+ 대신 SKT 선택…향후 여파는?

윤상호

- LGU+, 불법 보조금 제재 위기…‘베가시크릿업’ 판매 중단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팬택의 변심이 LG유플러스를 궁지에 몰고 있다. 팬택과 LG유플러스의 출고가 인하 협상 불발로 LG유플러스는 불법 보조금 살포 혐의를 받게 됐다. 팬택은 LG유플러스라는 거래처를 잃을 위기다. SK텔레콤과 KT는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LG유플러스의 징계는 이들에게 수혜다. 팬택의 변심 과정에서 이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주목되는 이유다.

24일 팬택은 LG유플러스와 협상 결렬에 대해 “더 이상 밝힐 것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팬택 홍보실은 “지난 23일 저녁 발표한 협상 결렬 이상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라며 “결렬 이유 역시 네 가지 이유 외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지난 23일 팬택은 LG유플러스의 ‘베가시크릿업’ 출고가 인하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8일 베가시크릿업의 출고가를 95만4800원에서 59만9500원으로 내린다고 발표했다. ▲재고보상금 분할상환 ▲다른 단말기 신규규매 ▲인하가격 논의 ▲SK텔레콤·KT 등과 공동보조 등에 대한 이견이 팬택이 내세운 협상 결렬 이유다.

팬택의 변심으로 LG유플러스는 졸지에 35만5300원의 불법 보조금을 살포한 통신사가 될 위기다. 재고보상 방안에 대해 구두 합의를 한 탓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

베가시크릿업은 작년 12월 나온 제품이다.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5’보다 10만원 이상 비싸다. 통신 3사 사업정지까지 겹쳐 유통 재고가 30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유플러스가 갖고 있던 물량만 8만4000대다. 출고가 인하가 추진된 원인이다.

LG유플러스는 “팬택이 당초 LG유플러스에 요청한 선구매 물량만큼 경쟁사가 구매를 해주기로 해 더 이상 협상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라며 “팬택과 최종 협상이 마무리 되기 전까지 단말 가격책정을 할 수 없어 베가시크릿업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라고 경쟁사의 개입이 협상 결렬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번 팬택의 입장 변화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평가한다. 팬택 경영진의 이해관계와 SK텔레콤 KT의 LG유플러스 견제 필요성이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LG유플러스가 제시한 재고 소진 뒤 신제품 입고는 팬택의 당장 매출 확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구매 확정에 집착한 것도 그래서다. 대신 물건이 팔리지 않는 상태에서 추가 공급을 늘리면 기존 재고는 악성이 된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처분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팬택은 현재 기업 매각 또는 독자 생존 갈림길에 서 있다. 당장 실적이 있어야 경영진의 몫을 주장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KT는 팬택 제품 구매를 약속하면 LG유플러스를 불법 보조금 혐의로 몰 수 있다. 구매 뒤 판매는 다른 문제다. LG유플러스가 이번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 되면 정부의 추가 제재를 피할 길이 없다. 최고경영자(CEO) 형사처벌까지 이뤄질 수 있다. 팬택 제품 5만대를 사주고 LG유플러스의 상승세를 꺾을 수 있다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팬택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물건을 더 못 사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런 상황에서라도 회사를 살려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SK텔레콤 등이 구매를 늘린 것이 LG유플러스와 협상 결렬 원인 중 하나임을 시사했다.

한편 팬택과 LG유플러스가 이번 위기를 넘어간다 하더라도 양사 관계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출고가 인하는 팬택 이준우 대표가 LG유플러스 이상철 대표에 보낸 이메일 호소문이 발단이 됐다. 대표간 양해가 틀어진 것이어서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는 “추가 협상 문을 계속 열어 놓는 등 팬택 제품 판매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앙금이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

대신 팬택과 SK텔레콤의 유대는 강화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의 구매 확대가 없었다면 팬택과 LG유플러스 협상이 깨졌을 가능성은 낮다. 팬택은 KT와도 출고가 인하를 구두 합의했었다. 팬택이 오는 5월 출시할 ‘베가아이언2’의 판매량은 SK텔레콤에 달렸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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