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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인가 악연인가…적으로 다시 만난 김범수·이해진

심재석

이해진 의장(왼쪽) 김범수 의장(오른쪽)
이해진 의장(왼쪽) 김범수 의장(오른쪽)
[디지털데일리 심재석, 이대호 기자] 한게임 창업자이자 NHN(현 네이버)의 대표를 역임했던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포털업계에 화려하게 복귀한다. 26일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을 선언한 가운데, 김 의장이 통합 회사인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에 오르게 됐다.

다음(대표 최세훈)은 카카오(공동대표 이제범, 이석우)를 흡수합병하면서, 보통주 3294만1170주와 종류주식 1006만5674주의 신주를 발행해 다음 지분 1대 카카오 지분 1.55의 비율로 흡수한다고 공시했다.

형식적으로는 다음이 카카오를 흡수하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카카오의 우회상장이라고 볼 수 있으며, 김 의장이 다음을 인수한 것이다. 김 의장은 개인과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카카오 지분 53.6%를 보유하고 있으며, 합병 회사의 지분도 약 39.8% 보유하게 된다. 다음의 최대주주였던 이재웅 다음 의장의 지분은 13.67%에서 3.4%로 낮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네이버의 창업동지인 이해진 의장과 김범수 의장이 국내 포털 시장에서 맞대결이 불가피하게 됐다. 김 의장이 최대주주가 될 다음카카오의 사업 모델을 보면 네이버와 직접적 경쟁이 예상된다. 인터넷 포털과 모바일 플랫폼 등 전체적인 사업 구조가 대단히 흡사하다.

이 의장과 김 의장은 모두 서울대 86학번으로, 삼성SDS 입사동기다. 김 의장은 1998년 한게임을 설립했고, 이 의장은 1999년 네이버컴을 설립했다. 둘은 2000년 합병해 NHN이라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국내 최대 포털의 반열에 올라 놓았다. 김 의장은 이후 NHN 대표와 NHN USA 대표 등을 맡았다.

그러나 김 의장은 이후 NHN을 떠나 한동안 야인생활을 했다. 몇몇 사업을 펼쳤지만, 성과가 크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고 김 의장은 카카오톡으로 화려하게 업계 리더의 자리로 복귀했다.

이 의장은 여전히 시가총액 25조원의 ‘골리앗’을 이끌고 있다. 국내 시장을 평정한 이 의장의 네이버는 모바일 메신저로 해외 시장에서서의 성공도 꿈꾸고 있다.

김 의장의 다음카카오는 아직 시가총액 3조원으로 네이버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김 의장은 네이버의 도약기를 이끈 인물이다. 포털 비즈니스의 단물 쓴물을 모두 맛 보고, 네이버의 경쟁력과 한계를 꿰뚫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김 의장이 다시 다음을 인수하고 포털 사업에 나섰을 때는 무언가 숨겨진 복안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업계의 추측이다.

한때 동지였던 오랜 친구가 적으로 진검승부를 펼치게 됐다. 이 승부에서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업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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