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감원 특별검사 마무리, ‘공’은 다시 국민은행-KB금융지주로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5일 금융감독원이 진행하고 있는 국민은행 주전산기 전환 프로젝트와 관련한 특별검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후 7월 중순까지 관련자와 경영진에 대한 제재안을 확정해 국민은행에 통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주전산기 전환 관련 ‘리베이트’ 문제에 대해 뚜렷한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전산기 기종 선정의 적합성 문제에 대해서도 금감원은 판단을 내리지 않을 방침으로 전해졌다.
◆책임은 다시 국민은행-이사회로=결국 ‘공’은 금감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던 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 이사회의 손으로 다시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 주전산기 전환 관련한 임시이사회를 통해 현재 불거지고 있는 갈등을 봉합하려 시도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을 확인한 채 최종 판단을 금감원 결정 이후에 내리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금감원 역시 내부통제 부재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선에서 검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전환 프로젝트에 대한 의사결정의 책임은 국민은행과 이사회의 손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업계에선 현 메인프레임 주전산시스템을 국민은행이 당분간 유지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감원도 주전산기 전환에 대해 국민은행과 이사회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을 지양하고 있어 국민은행의 내부 갈등은 다시 재연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지난 3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사내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경영진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등 주전산기 전환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자 하고 있어 순조로운 합의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금감원이 주전산기 전환 프로젝트 이행에 대한 가부(可否) 판단을 내리지 않기로 하면서 KB금융지주 이사회의 유닉스 전환 결정 자체는 아무런 하자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KB금융지주 이사회의 유닉스로의 주전산기 전환 사업 의결에 대해 국민은행이 이사회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발 물러선 바 있어 이사회가 사업을 강행할 경우 법적 분쟁이 본격화될 개연성도 높다는 점이다.
◆사업 착수 타이밍은 이미 지나=한편 현재로서 시간은 한국IBM의 편이다. 현재 불거지고 있는 갈등이 봉합되고 당초 예정됐던 유닉스 시스템으로의 주전산기 전환이 이뤄지게 되더라도 이미 착수시기를 놓쳤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현재 국민은행에게 주어진 주전산기 전환을 위한 시간은 최대로 잡아도 내년 5월까지다. 2015년 7월 한국IBM과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가 완료되는 만큼, 최소 약 2개월 전인 내년 5월에는 새 시스템을 가동하고 안정화 작업을 거친 후 7월 메인프레임 계약 만료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이번에 주전산기 전환 작업이 수행되는 부분은 은행에 있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계정계시스템’이다. 창구·온라인뱅킹·ATM 등에서 일어나는 금융 거래를 처리하는 계정계시스템은 은행의 핵심 시스템이다. 따라서 오픈 전 충분한 테스트 과정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극단적으로 맨먼스(man/month)를 투입해 전환일정을 앞당길 수는 있지만 테스트는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라며 “특히 계정계시스템은 정확한 일정에 의해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 중요한 만큼 IBM과 OIO계약이 만료되기 전에 사실상 올해 착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물론 금감원의 제재 수위가 결정되는 7월 이전에 주전산기 전환에 대한 방향성을 확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금감원이 7월로 예정된 특별 검사 결과에 따른 제재를 통해 국민은행 경영진과 이사회에 모두 책임을 물을 경우를 감안하면 7월 이전에 주전산기 전환에 대한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것은 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 이사회 양측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유닉스로의 주전산기 전환 사업이 강행되더라도 시기적으로 타이밍을 놓친 이상 한국IBM과 계약연장에 대한 부분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국민은행은 당초 주전산기 전환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에게 내년 7월까지 시스템 오픈이 진행되지 않으면 이후 한국IBM에 지급해야 할 비용을 부담토록 RFP 조항에 넣은 바 있다.
물론 업계에서는 우선협상 과정에서 국민은행과 패널티 지급에 대한 부분 협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닉스로의 주전산기 전환사업이 지연된 것이 발주처인 국민은행과 KB 금융지주의 갈등에서 기인한 바가 크므로 이를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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