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도 시민단체도 반대하는 ‘빅데이터 가이드라인’…공표 지연 가능성↑
[디지털데일리 이민형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빅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의 공표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방통위는 지난 16일 열린 3차 토론회를 끝으로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내달 중 공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3차 토론회에서도 사업자와 시민단체 간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았고, 가이드라인 규정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됨에 따라 공표가 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방통위는 양재동 엘타워에서 가이드라인 의결에 앞서 사업자와 시민단체 등 각계의 추가적인 의견을 수렴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해 12월, 올해 3월에 이어 3회째다.
가이드라인 제정 연구반 고환경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빅데이터 가이드라인은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동시에 개인정보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행 법률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은 개인정보의 처리에 대한 활용 방안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12월 처음 발표된 원안보다 개인정보보호 측면을 강화했다. 정보의 자기통제권을 보다 강력하게 만들었고, 동의없이 수집되는 정보들도(옵트아웃) 반드시 비식별화해 활용토록 했다.
사업자들에 대한 진흥안도 담겼다. 사업자가 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수적인 개인정보를 처리(조합, 분석)할 경우에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며, 이를 통해 얻어진 개인정보에 대한 활용에 대한 동의도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사업자와 시민단체들은 수정안에 대해서도 반대의 의견을 표출했다. 사업자들은 “여전히 개인정보보호 측면에 초점이 잡혀져 있어 진흥을 막는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시민단체들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프로파일링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가이드라인, 용어 정립부터 다시 해야”=이번 가이드라인을 놓고 법조계에서는 용어와 개념에 대한 정립을 다시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권창범 법무법인 인 변호사는 “가이드라인은 법률을 적용하기 힘든 부분을 도와주기 위해 마련되는 것이지만 현재 나와있는 가이드라인은 오히려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에서 쓰고있지 않은 용어가 쓰이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에서 쓰이는 용어와 뜻이 상이한 규정도 눈에 띤다”고 덧붙였다.
가령 개인정보보호법에서의 ‘개인정보의 처리’는 수집, 활용, 분석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에는 따로 규정돼 있는 상황이다. 사업자의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창범 녹색소비자연대 박사는 “가이드라인을 보면 새로운 처리원칙을 제시하고 있어 해석상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법률에 대한 해석이 없고 새로운 내용만 만들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법률과 가이드라인의 온도차로 인해 사업자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하지 못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업자 “가이드라인, 반쪽짜리 진흥책”=사업자들은 가이드라인이 산업의 진흥을 막는 요소라고 주장했다. 빅데이터 개인정보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나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김정선 SK텔레콤 부장은 “빅데이터에서 ‘빅’이란 용어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정보보호에는 모든 데이터가 고려돼야 한다”며 “개인정보보호를 과도하게 중시하다보면 데이터의 가치가 저해되고, 오히려 사업자를 비롯해 사용자의 기회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화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장은 가이드라인이 진흥보단 규제에 초점이 잡혀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나친 규제로 인해 빅데이터 분석 시장이 음성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부장은 “포털의 경쟁력 중에 하나는 검색서비스다. 검색서비스의 기본은 사용자가 원하는 데이터를 노출시켜주는 것”이라며 “사용자에 대한 식별이 불가능해지면 서비스 품질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자들은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 서버를 해외로 이전하는 등의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지나친 규제는 음성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공개된 개인정보’ 범위는 어디까지?”=시민단체에서는 가이드라인에 핵심 골자인 ‘공개된 개인정보’의 범위와 기준이 여전히 넓다고 주장했다.
김영홍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국장은 “지난 3월 수정안에서 지적됐던 내용이 여전히 잔존한다”며 “이번에 나온 가이드라인 수정안에도 ‘공개된 개인정보’라는 미명하게 정보의 자기결정권, 프로파일링 이슈는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공개된 개인정보의 기준과 범위가 명확치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식별이 불가능한 ‘공개된 개인정보’이 모이면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게 된다는 프로파일링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국장은 “본인확인제가 위헌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는 개인 식별정보를 수집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업계에서 제기한 의견과 관련해 고 변호사는 “사업자와 시민단체에서 너무 극단적인 사례만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진흥과 규제의 기준을 맞추기가 쉽진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행법상으로도 양측이 제기한 문제점은 해소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을 매만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날 제기된 의견을 수렴해 가이드라인을 수정하고 필요시 토론회를 다시 개최할 계획이다.
<이민형 기자>kik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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