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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속도경쟁 치열…소비자가 얻는 혜택은?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통신사들의 속도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먼저 유선 분야에서는 현재 100메가 인터넷보다 10배 빠른 기가인터넷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통신사, 케이블TV 방송사들이 저마다 시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가운데 KT는 올해 하반기 상용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유선인터넷에서 영화 한편을 다운로드 받는데 1분 40초가 걸린다면 기가인터넷에서는 10초면 가능하다.

무선에서는 LTE보다 3배, 3G보다는 15배가 빠른 광대역 LTE-A가 상용서비스를 시작됐다. 광대역LTE-A는 최대 속도가 225Mbps다. 유선인터넷보다 속도가 더 빠르다. 1GB 용량 영화를 37초면 내려받을 수 있다.

인터넷의 등장, 사회를 변화시키다=통신사들의 속도경쟁은 국내 통신시장 성장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인 1994년 6월 20일 KT는 국내 최초로 ‘코넷(KORNET)’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코넷'의 속도는 9.6Kbps. 현재 제공되는 100Mbps의 만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속도였다. 하지만 이용하려면 월 4만원을 내야 했다. 속도, 당시 물가를 감안하면 인터넷 이용은 상당한 사치였다.

하지만 1999년 최대 8Mbps 속도를 낼 수 있는 ADSL이 나오고 VDSL(최대 50Mbps)를 거쳐 현재의 FTTH(최대 100Mbps) 인터넷이 등장했다. 물론, 현재 인터넷 이용가격은 단품 기준으로 '코넷'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결합상품으로 이용하면 공짜로 이용 할 수도 있다.

빨라지고 저렴해진 인터넷은 국가 기반 인프라 역할을 하게 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인구는 9500만명에 달한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포털, 게임,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었다. 언론, 정치, 문화 측면에서 인터넷의 등장은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지금 인터넷 속도로도 충분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오성목 KT 네트워크 부문장은 “우리가 인터넷 강국이 된 것은 통신 3사간의 치열한 경쟁 덕”이라며 “빠른 기술을 먼저 선보이고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 속도 무한경쟁 왜?=2003년 전자상거래 시장규모는 235조원에 불과했지만 10년 후인 2013년에는 1204조원으로 확대됐다. ADSL에서 FTTH로의 진화가 가져온 결과다. 느리고 안전하지 못하고 비싼 인터넷이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ADSL에서 VDSL로의 진화는 속도가 3배, VDSL에서 FTTH로의 진화는 속도가 5배 향상됐다. 이제는 FTTH에서 기가인터넷으로의 진화는 10배 향상이다.

무선 역시 마찬가지다. 2012년 시작된 LTE는 최대속도 75Mbps로 시작했지만 벌써 3배의 속도향상을 이뤄냈다. 주파수를 묶는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rrier Aggregation, CA) 기술의 적용으로 이동통신 속도도 기가급으로 진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다면 통신사들은 지금 수준으로도 충분해 보이는 속도를 계속 끌어올리려는 것일까.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인터넷상에서 업로드 되는 콘텐츠의 용량이 매우 커졌다. 동영상 스트리밍은 데이터 트래픽 폭발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이들 동영상이 SD, HD급에서 UHD로 커지고 있는데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트래픽을 가장 많이 유발하고 있다.

미디어의 시청행태도 TV에서 다양한 디바이스로 변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과 러시아 월드컵 경기 당시 발생한 트래픽을 보면 재미있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의 경우 경기시간 당시 평상시보다 트래픽이 1600%나 증가했다. 다음 역시 1700%가 늘어났다. 이 얘기는 경기를 TV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 PC 등에서 시청했다는 얘기다.

사물인터넷(IoT)시대의 개막도 통신사에게는 도전과제다. 현재 유선 27억명, 무선 50억명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유무선 합쳐 500억(사람과 사물)이 인터넷에 접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전에는 인터넷 이용은 웹서핑으로 대변됐다. 하지만 앞으로의 웹서핑은 빅데이터 분석과 클라우드를 동반한다. 데이터의 빠른 처리 및 전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네트워크의 용량 및 속도 증대가 필요한 것이다.

늘어나는 투자비, 통신사 주도권 잡을 수 있을까=과거에도 그랬지만 엄청난 속도처럼 보이지만 통신사가 높은 수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많은 사업자들이 그에 걸맞은 콘텐츠, 서비스를 내놓기 마련이다. 속도의 향상은 그래서 긍정적이다. 이용자의 가격부담 상승만 없다면 말이다.

고품질의 인터넷 제공이 공짜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투자비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KT는 기가인터넷 인프라 구축을 위해 향후 3년간 4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통사들도 매년 수천억에서 조 단위의 투자를 진행한다.

문제는 투자비 회수다. 국내 통신시장의 경쟁상황을 감안하면 유선인터넷 이용가격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KT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광대역LTE-A를 처음 선보인 SK텔레콤 역시 속도는 LTE 보다 3배 빨라졌지만 추가로 요금을 부담하지는 않는다.

요금은 그대로인데 투자비용은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다. 통신사 입장에서 보면 악순환의 연속이다.

요금 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통신사들은 진화된 네트워크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해야 하지만 지금껏 성공한 적은 없다. 포털, 게임사, 소셜 등 관련 업체들이 인터넷 세상에서 과실을 취해왔다. 어떻게 해야 돈을 버는지를 아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경쟁은 쉽지 않다.

물론, 통신사들은 사물인터넷, UHDTV, 에너지, 보안, 미디어, 헬스케어 등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한편, 망이용대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성목 KT 네트워크 부문장은 “지금보다 훨씬 큰 데이터가 오고간다면 통신사와 CP간에 서로 협의가 있어야 한다”며 “통신사가 수조원을 들여 투자하는데 네트워크에서 이익을 얻는 CP들이 돈을 조금 더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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