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법, 유명무실해지나…방통위 ‘갈팡질팡’
- 방통위, 통신사 제조사 보조금 분리공시 소극적 태도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오는 10월 시행 예정인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 유통법)’이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놓였다. 법안을 실제적으로 시행할 때 필요한 고시가 제조사 뜻대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입법 때와 달리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문제다.
8일 방통위는 제27차 상임위원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단말기 유통법 관련 고시 제·개정에 관한 사항 보고가 이뤄졌다. 단말기 유통법 고시는 9월 최종 확정 예정이다. 핵심쟁점인 보조금은 25~35만원 범위를 고시로 금액은 방통위 전체회의 의결로 정하도록 했다. 통신사와 제조사의 보조금을 각각 고지하는 분리공시는 빠졌다.
방통위가 내놓은 고시 초안은 단말기 유통법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분리공시 제외 때문이다. 고시 초안은 제조사 특히 삼성전자 주장이 대부분 반영됐다. 제조사 중 유일하게 삼성전자는 단말기 유통법 제정 자체를 반대했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단말기 유통법 입법 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제조사 보조금은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단말기 유통법을 반대했다. 결국 방통위 위원장 등 여당 상임위원과 방통위 사무국이 삼성전자 주장을 대변하는 셈이다. 이미 정부는 법 제정을 위해 제조사 자료 제출 조항을 일몰제로 수정한 바 있다.
최성준 방통위 위원장은 “단말기 유통법 입법 취지는 제조사 장려금 규모가 공개되지 않도록 한 것”이라며 “고시안에 넣지 않고 행정 예고 뒤 의견 수렴을 해 적정한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오남석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분리해서 공시토록 하는 것은 단말기 보조금을 투명하게 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현재 법이 구분 공시 의무를 지우는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단말기 유통법이 분리공시를 담지 않고 있다는 법 해석을 내놨다.
방통위 사무국의 법 해석은 방통위 내에서도 논란이 됐다. 야당 상임위원은 분리공시를 고시에 넣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방통위와 함께 단말기 유통법 입법에 참여한 미래창조과학부도 같은 의견이다. 통신사도 동의했다. 방통위도 제2기 시절에는 뜻이 같았다.
방통위 김재홍 상임위원과 고삼석 상임위원은 “법안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통신사와 제조사 보조금을 각각 공개가 필요하다”라며 “영업비밀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제조사 우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분리공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래부 관계자는 “분리요금제나 보조금 관리 투명성 등 전체적인 틀에서 보면 보조금 분리공시가 필요하다”며 “소비자가 통신사 보조금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분리요금제 신뢰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보조금 지원 주체가 명확해야 법 위반에 따른 책임도 명확히 할 수 있다”라며 “투명하게 보조금 규모가 밝혀져야 출고가 인하도 뒤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단말기 유통법은 통신시장 정상화가 목표다. ▲가입유형·요금제·거주지 등에 따른 보조금 차별 금지 ▲보조금 지급 요건 및 내용 공시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특정 요금제 및 부가서비스 강요시 계약 효력 무효화 ▲보조금 미지급시 상당액 요금할인 제공 ▲제조사 장려금 조사 및 규제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단말기 유통법 시행령은 ‘정부가 어떤 기준을 갖고 처벌을 하며 처벌의 수위는 어떻게 정하는지’에 맞춰져 있다. 사실상 고시 내용에 따라 법 제정 효과가 달라진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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