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공유경제’인가 ‘불법 나라시’인가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나라시’라는 은어로 불리는 자가용 영업차량이 있다. 정식으로 등록된 택시는 아니지만, 택시처럼 승객을 목적지로 이동시켜 주고 돈을 받는 영업을 한다. 주로 장거리 영업을 하며, 서너 명을 합승할 때도 많다.
최근에는 ‘콜뛰기’라는 영업 형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강남일대의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상대로 자택과 업소를 오가며 나라시 영업을 하는 고급 승용차를 말한다. 술에 취해 귀가할 때가 많은 유흥업소 종사자들은 택시보다 단골 콜뛰기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라시와 콜뛰기의 공통점은 ‘불법’이라는 점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의하면 자가용 승용차 유상운송 행위로 불법이다.
최근에는 차량공유 애플리케이션 ‘우버(Uber)’가 논란에 빠졌다. 우버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량을 공유하는 서비스다.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과 승객을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일반 택시보다 비싸지만 주로 고급 승용차와 친절한 서비스, 호출의 편리함 등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우버의 개념은 본질적으로 ‘나라시’와 같다. 택시 영업허가와 면허 없이 자가용이나 렌터카로 유상 운송 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vs 우버코리아, 정면 대결=서울시는 우버에 대해 ‘불법’이라고 분명히 했다. 서울시는 지난 22일 “시는 관련법 신설을 통해 우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자체를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우버가 렌터카나 자가용 승용차이기 때문에 이용객이 사고를 당하면 보상을 받기 어렵고, 차량정비나 운전자에 대한 정비도 이뤄지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면허 없이 일반 택시에 비해 2∼3배 비싼 요금을 받아 택시 영업환경을 침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우버코리아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우버코리아는 “서울시가 아직 과거에 정체돼 있으며, 글로벌 ‘공유경제’ 흐름에 뒤쳐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우버코리아는 “우버는 기존에 인허가 된 회사 및 기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면서 “모든 차량은 인허가 요건들을 포함한 렌터카 및 리무진 회사들에 대해 현존하는 규제가 요구하는 최상의 기준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버는 법망 피해도, 운전자는?=불법 논란에 우버 측은 손님과 차량을 연결만 해주는 정보 제공업이라는 입장이다. 직접 택시 영업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객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서울시는 실질적으로 보면 마치 택시면허 등을 받지 않고 택시영업을 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우버의 불법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우버의 행위에 대해 여객자동차 운송행위를 알선하는 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운송행위를 알선하면서 수수료를 받는 것은 크게 법적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서울시가 우버 앱을 당장 차단하지 못하고, 관련 법을 신설해 대응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그러나 우버 앱 자체는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라고 해도, 자가용 차량이나 렌터카 차량을 이용한 승객운송행위는 위법이다. 우버는 합법이라고 하더라도 불법 자가용 영업행위는 불법임이 분명하다. 결국 운전자는 우버 생태계에 진입하는 순간 범죄자가 된다.
◆공유경제라던 ‘우버’, 공유는 없더라=우버는 공유경제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함께 인기를 끌었다. 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여럿이 공유하는 경제방식이다. 개인의 유휴자원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우버는 공유경제의 대표주자로 스스로를 자리매김시키고 있다. 우버코리아가 서울시에 대해 “글로벌 ‘공유경제’ 흐름에 뒤쳐지고 있다”고 비판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실제 국내에서 우버코리아의 영업형태는 공유경제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사용하지 않는 개인의 자동차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MK택시를 비롯해 세이프리무진 등의 회사가 우버와 계약을 맺고 영업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34조는 렌터카의 대여금지, 기사 알선 금지, 유상 운송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해 9월6일 MK코리아를 고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금도 논란의 대상이다. 우버 택시를 호출하고 요금을 내면, 해외 카드로 결제된다. 우버코리아의 매출이 아니라 우버 본사의 매출이다. 결과적으로 우버는 국내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혁신과 현행법 사이에서=우버 서비스가 여러 가지 불법적 요소를 안고 있지만, 우버를 둘러싼 논란에서 많은 네티즌들은 우버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불친절, 승차거부 등 기존 택시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비 오는 금요일 밤에 홍대 앞에서 1시간 넘게 승차거부 당해보면 우버를 찬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역사적으로 혁신기술이나 서비스는 기존의 규제나 산업과 충돌해 왔다. 이런 과정에서 혁신을 막는 시도는 언제나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도 우버의 손을 들어준다.
허진호 전 인터넷 기업협회 회장은 우버 논란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것은 새로운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에 의하여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세대 기술이나 산업에게 늘 반복해 있어 왔던 과정”이라면서 “어차피 이 추세는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택시 기사는 “스마트폰 앱으로 콜택시를 부르는 것이 무슨 대단한 혁신이냐”면서 “서울시나 택시회사들이 콜택시 앱을 개발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택시 기사도 “우버가 합법이면, 나라시도 합법이고, 콜뛰기도 합법”이라면서 “우버를 허용하면 택시라는 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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