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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TV혁신②] 현지화로 일군 삼성의 1위, 고객 눈높이를 맞추다

이수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지난 201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인터내셔널 CES 2012’의 최대 화두는 울트라HD(UHD) TV로 주요 업체가 모두 관련 제품을 들고 나왔다.

당초 업계에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 액정표시장치(LCD) TV를 잇는 차세대 제품군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양산이 어려워지자 UHD TV가 대신 차세대 주자로 물망에 올랐고 실제고 그렇게 됐다는 설명이다.

직전인 2011년만 하더라도 삼성전자는 UHD TV 양산에 서두른 경쟁사보다 불리한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2012년과 2013년 상반기 전 세계 UHD TV 시장점유율에서 중국과 일본 업체에 뒤쳐져 있었다. 하만 정작 속으로는 표정을 숨기고 착실하게 제품과 날카로운 전략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이런 준비 덕분에 올해 상반기 전 세계 UHD TV 매출 점유율에서 36.6%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특히 2분기 UHD TV 시장점유율이 1분기 점유율 21.6%의 2배인 43.3%를 기록할 정도로 급상승했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의 선전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중국 UHD TV 시장에서 2분기 32.1%, 상반기 22.2%의 점유율로 중국 업체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단순히 시장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다고 해서 단기간 내에 판도를 뒤집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UHD TV 시장은 업계가 예상한 것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그만큼 초반 분위기가 중요했는데 상대적으로 바람을 늦게 탔던 삼성전자가 1위에 오른 것은 내부적인 역량이라고 봐야 한다.

선진시장과 성장시장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TV를 만들기 위해 삼성전자가 선택한 방법은 철저한 현지화다. 처음으로 1위에 오른 2006년 이에 만족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먼저 유럽에서는 ‘문화’를 접목시키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프랑스 루브르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 등 3대 미술관을 비롯해 로뎅 미술관, 베르사유 궁전 등 다양한 문화 공간에 TV를 접목시켰다. 2010년에는 프티 팔레 미술관에서 3D LED TV를 이용한 미술품 전시회도 열었다. UHD TV 시대에 접어들어서도 이런 노력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최대 시장 가운데 하나인 북미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전역 1400여개 베스트바이 매장에 ‘체험형 매장’을 열고 고객이 직접 커브드(곡면) UHD TV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국토가 넓고 TV 배송이 쉽지 않은 북미에서 이런 마케팅 방식은 상당히 어렵다. 당연하지만 기술력과 디자인 노력도 곁들여진 결과다.

삼성전자의 승승장구는 특유의 기술력과 스피드에 세계 수준급의 디자인과 시장친화적인 현지화 전략이 보기 좋게 결합되면서 브랜드 가치를 올린 결과로 평가된다. 디자인과 현지화 전략을 만나 정상에 올라섰다고 보면 된다.

◆시장에 알맞은 특화 제품으로 승부=신흥시장인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에서도 삼성전자의 현지화 전략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아프리카에 도입된 서지세이프TV는 전력설비 부족과 급증하는 전력사용량 등으로 가전제품 고장이 잦은 현지 사정에 특화해 개발된 제품이다. 또한 이동통신사와의 협력을 통해 TV 구입 고객에게 무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TV 시청자가 케이블 같은 유선방송보다는 위성방송을 시청한다는 점을 고려해 스포츠,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30개 이상의 전문 위성방송 채널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아프리카에서도 꾸준히 시장점유율 1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동남아는 어떨까. 이 시장은 프리미엄과 함께 보급형 제품 라인업을 균형 있게 맞출 필요가 있다. 빈부격차와 함께 지역별 문화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아 특화 제품과 마케팅이 필수적이다. 이미 2011년부터 동남아 지역 제품혁신팀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2005년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5개국에서 수량 기준으로 TV 시장 1위에 오른 이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현지화 키워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전 세계 TV 시장 9년 연속 1위는 거의 확정적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10년 연속 1위라는 목표를 언급한바 있다. 과거 첫 흑백과 컬러TV에서 경쟁사보다 뒤늦게 제품을 출시했지만 빠른 속도로 시장을 공략한 것처럼 LED, 3D, UHD, 곡면, 그리고 OLED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 TV 사업은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시장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행보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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