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재도약’ 위해 변신 가속화하는 노키아, “‘IoT시대 기술 선두주자’ 목표”

이유지

- ‘네트웍스’, ‘히어’, ‘테크놀러지’ 3대 핵심 사업부문 육성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내년이면 설립 150주년을 맞는 핀란드 대표기업인 노키아. 한 때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절대강자였지만 어느덧 시대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몰락한 기업의 상징이 돼버렸다. 하지만 노키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네트워크 부문의 강점을 바탕으로 변신을 꾀하면서 재도약에 나섰다.

지난 4월, 휴대전화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면서 관련사업을 정리한 노키아는 곧바로 새로운 경영진과 사업조직, 회사 비전을 수립했다. 현재 핵심 사업부문으로는 이동통신 네트워크 사업을 벌여온 ‘네트웍스’ 사업부를 주축으로 위치기반 지도서비스 부문인 ‘히어(HERE)’와 특허 및 혁신기술을 개발한 ‘테크놀로지’까지 3대 축으로 구성돼 있다.

노키아는 이같은 최근의 변화와 전략을 알리기 위해 24일(현지시간) 국내 언론사 기자들을 핀란드 에스푸 본사에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는 노키아는 여전히 건재하며 ‘부활’을 위한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회사였던 노키아솔루션앤네트웍스(NSN)의 ‘네트웍스’ 사업부 편입을 비롯해 새로운 사업구조를 발표하면서 노키아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 구축’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휴대폰 사업은 접었지만 현재 매출의 90%의 비중을 차지하는 ‘노키아 네트웍스’가 모바일 브로드밴드 시장에서 구축한 선도입지와 점점 중요해지는 위치 인텔리전스 기술, 또 20여년간 확보해온 다양한 기술역량을 바탕으로 사물인터넷(IoT) 시대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마이야 타이미 노키아 기업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이날 “노키아는 새로운 전략과 비전, 사업구조를 갖추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하며 새로운 변신을 시작했다”며 “사람과 사물 등 모든 것이 연결되는 IoT 시대에서 기술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 노키아의 목표이며,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가진 역량을 활용해 기회를 포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이미 총괄은 “현재 노키아가 가진 세가지 사업부문은 모두 업계 최강”이라며 “‘네트웍스’는 모바일 브로드밴드 분야에서 세계 톱(Top)3 입지를 구축하고 있고, ‘히어’도 위치 인텔리전스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중립적으로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테크놀로지 사업부도 그간 많은 혁신적인 투자를 벌였기 때문에 충분히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만한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키아는 IoT와 그 다음 단계로 발전될 ‘프로그램가능한(programmability)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세 분야의 투자를 지속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미국업체인 NICE, SAC와이어리스, 메사플렉스(Mesaplexx), 메디오(Medio)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들 4개 업체 가운데 3곳은 가장 주력인 ‘네트웍스’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최근에는 파나소닉 무선사업부 인수도 타진하고 있다.

현재 세계 100대 통신사 가운데 90곳 이상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노키아 네트웍스는 앞으로도 모바일 브로드밴드 강자로서 리더십을 유지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롱텀에볼루션(LTE) 시장 리더십을 확대하는 동시에 혁신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여러 GSM·3G·4G 등 여러 통신기술을 공통의 단일 하드웨어에서 구현할 수 있는 ‘싱글 RAN(Single Radio Access Network)’ ▲소프트웨어 기술로 밀집지역에서 발생하는 신호 간섭을 해결해 처리속도와 용량을 증대시키는 기술인 ‘C-RAN(Centralized RAN)’ ▲IT기술을 접목해 기지국단에서 로컬 캐싱 등 다양한 지능형 서비스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인 ‘리퀴드 애플리케이션’ 등이 있다. 가상화와 클라우드, 5G 분야 연구도 강화하고 있다.

3년 전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노키아 네트웍스는 올해 2분기까지 8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지속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히어’ 부문에서는 유연하고 동적인 미래 지도 서비스를 위한 위치 인텔리전스 분야의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현재는 변화하는 현실세계를 더욱 정확하고 직관적이며 원하는 요구에 따라 다양하게 반영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휴대폰 사업부 매각으로 노키아는 특정 모바일기기 운영체제(OS)에 국한되지 않은 중립적 기술을 제공하게 됐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노키아는 북미지역과 유럽에서는 5대 차량 중 4대가 ‘히어’를 탑재했을 정도로 자동차 분야 최대 지도 기술 공급자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히어’ 기술을 장착한 차량이 1000만대를 넘어섰다. 아우디·BMW·벤츠·폭스바겐·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지도 기술을 제공해온 부문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소비자와 기업 시장 공략도 강화할 계획이다.

위치정보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기업 부문에서는 이미 SAP, 오라클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소비자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최신 안드로이드 기반 갤럭시 스마트폰과 갤럭시 기어S 스마트워치에 탑재하기 위한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노키아는 삼성 스토어에서 지도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독점 공급한다. 앞으로 안드로이드, iOS 기반의 지도 앱을 무료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테크놀로지’ 부문은 20여년간 500억유로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결과 확보한 특허 및 지적재산권(IP)을 바탕으로 IP 라이선싱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동시에 센서를 포함해 새로운 분야의 혁신 기술을 R&D에도 매진할 예정이다.

타이미 총괄은 “노키아는 2012년 여름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이후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휴대폰 사업부 매각 이후엔 주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며 “재정건전성도 우수한 기업이며, 여러 분야에서 충분한 투자역량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재준 노키아코리아 대표는 “휴대폰 사업이 꺾이면서 한국 내에서도 이미지가 크게 악화된 상황이지만 노키아는 여전히 건재하며, 다시 태어난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다시 앞서 나아가는 시기로, ‘꿈을 크게 꾸자(Dare to dream big)’는 회사의 슬로건처럼 어려운 시기를 겪고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노키아의 직원은 5만7000명이다. 노키아 네트웍스는 4만9700명, 히어 6000명, 테크놀로지 부문 900명으로 구성된다.

<에스푸(핀란드)=이유지 기자>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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