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TV홈쇼핑, 채널번호 얘기는 왜 없나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정부가 연내 공영TV홈쇼핑 방송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할 예정인 가운데, 공영TV홈쇼핑의 채널 위치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직 지배구조, 편성비율, 판매수수료 등과 관련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공영TV홈쇼핑의 성패와 관련해 다양한 전망과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 핵심은 채널 번호에 달려있다. TV홈쇼핑의 경우 채널을 돌리다가 방문하게 되는 이른바 재핑효과가 큰 채널이다. 어느 번호에 자리를 잡느냐에 따라 공영TV홈쇼핑의 연착륙 여부가 결정될 수 밖에 없다. TV홈쇼핑 채널들이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막대한 송출수수료를 지불하는 이유다. 시청률이 높은 지상파 방송채널 사이에 위치해 방문자 극대화를 노리는 것이 TV홈쇼핑의 기본 전략이다. 지난해 6개 TV홈쇼핑사가 유료방송사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97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지상파 사이 번호는 물론, 20번대 이하 번호대는 이미 자리가 찼다는 점이다.
과천지역 케이블TV 사업자를 예를 들면 5, 7, 9, 11, 13번이 지상파 방송사다. 그 사이에 TV홈쇼핑사들이 자리잡고 있다. 14번이 NS홈쇼핑, 15번이 홈앤쇼핑이다. 즉 5번부터 15번 총 16개 채널 중 TV홈쇼핑 채널이 6개나 되는 것이다.
이 구조대로라면 7홈쇼핑은 종편 또는 유료방송사 계열 PP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데 쉽지 않다. 20번대 이후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낫지만 TV홈쇼핑 특성상 기대한 만큼의 영업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가 주도해 출범한 공영 홈쇼핑이 혼자 뚝 떨어져 영업하는 모습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채널 배정권은 철저하게 플랫폼 사업자가 갖고 있다. 홈쇼핑사들은 가장 시청률이 높은 지상파 방송사 사이사이에 위치한 대가로 막대한 송출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논리대로라면 높은 자릿세를 내고 채널을 확보하면 된다. 하지만 공영채널 특성상 어렵다. 공영TV홈쇼핑은 수수료율도 기존 홈쇼핑사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낮춘 20%로 결정하는 등 낮은 유통원가가 핵심경쟁력인데 막대한 송출수수료를 지불할 경우 생존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어떻게든 20번대 이하 채널에 진입에 성공해도 문제는 남는다. 기존에 빠지는 채널의 반발은 물론, 시청자의 채널선택권 침해 문제도 외면할 수 없다. 채널 5번부터 20번을 기준으로 절반 가량이 홈쇼핑 채널이다. 아무리 채널편성권이 플랫폼 사업자에게 있다고 하지만 이쯤되면 TV홈쇼핑을 보기 싫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공해다.
지난 17일 열렸던 공영TV홈쇼핑 공청회에서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논의 중심에 시청자는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계속 채널을 돌려야 하는 시청자 불편은 어떻게 할 것인가. 홈쇼핑이 보기 싫은 시청자들은 안 볼 수 있도록 채널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채널연번제 얘기도 나온다. TV홈쇼핑 등 커머스 채널을 한 곳에 모으자는 얘기다. 이미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은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교육, 아동, 오락, 다큐 등 성격이 비슷한 채널을 한 곳에 모으고 있다. 쇼핑과 관련한 채널들도 특정 번호대역에 모으면 채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7홈쇼핑의 채널 확보가 용이해지는 것은 물론, 지지부진한 T커머스도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에도 문제는 남아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시청률 감소다. 지상파 방송의 높은 시청률에 기대 영업해온 TV홈쇼핑이다. 사람들이 단순히 채널을 바꿀 때가 아니라 처음부터 쇼핑 목적을 갖고 홈쇼핑 채널대를 방문할지는 미지수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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