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모바일, 누구냐 넌?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옐로모바일은 이상한 회사다. 설립된 지 2년밖에 안 되는 신생기업이 66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계열사는 대부분 지분교환 방식으로 인수한 회사들이다. 지난 2년 동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중 좀 쓸만하다싶으면 옐로모바일이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 때문에 IT업계에서 옐로모바일을 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별 관련 없어 보이는 모바일 앱들을 마구잡이로 인수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뭔가 ‘사짜’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쿠차/쿠폰모아와 같은 서비스를 보면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 주력하나 싶으면 이모션 같은 웹에이전시를 인수하기도 하고, 여행박사 같은 여행사도 함께 하고 있다. ‘잡식성 공룡 벤처’라는 별명이 생긴 이유다.
현재 재무제표도 좋지 않다. 지난 3분기 532억원 매출에 영업이익은 2억88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60여개의 계열사 중 제대로 된 수익을 올리는 회사는 손가락에 꼽힌다.
옐로모바일은 도대체 왜 이같은 일을 하고 있을까. 정말 일각의 시선대로 거품을 부풀려서 ‘먹튀’하려고 하는 것일까.
하지만 옐로모바일을 이끌고 있는 멤버들은 IT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다. 이상혁 대표는 다음커뮤니케이션(현 다음카카오)의 로컬 비즈니스 본부장을 역임했고, 임진석 CSO(최고전략임원) 역시 10년 이상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창업을 통해 IT업계에 몸 담아온 인물이다. 이상훈 CFO(최고재무임원)는 공인회계사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미래에셋증권 등에 몸담아왔다. 왠지 ‘먹튀’와는 어울리지 않는 인적구성이다.
임진석 CSO는 옐로모바일에 대해 “게임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제외한 모바일 영역에서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한 연합체”라고 설명했다. 특정 업체의 주도권이 확고한 게임과 SNS를 제외한 분야에서 헤게모니를 확실히 쥐겠다는 것이다. 일개 스타트업에 불과한 옐로모바일 홀로 다가올 플랫폼 전쟁에서 이기기는 힘들다고 보고, 작은 회사들끼리 연합체를 이뤄 몸집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겉으로 보기에 마구잡이식으로 보이는 수많은 기업 인수에 대해 회사 측은 ‘SMATO’ 전략이라고 있다. SMATO는 쇼핑(S), 미디어(M), 광고 및 디지털마케팅(A), 여행(T), O2O(O)의 약자다. 임 CSO는 “(게임과 SNS)를 제외한 버티컬 플랫폼 영역에서 수위사업자를 인수해왔다”고 말했다.
옐로모바일 그룹의 비즈니스는 B2C와 B2B로 구분되는데, B2C 영역에서는 연합체가 서로 마케팅을 돕고, B2B에서는 서로 영업을 도와 서로 비즈니스 규모를 키워나가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옐로모바일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핫딜 정보 앱 ‘쿠차’에 의료정보 앱 ‘굿닥’의 콘텐츠를 노출했더니 굿닥이 급성장했다. 옐로모바일이 굿닥을 인수할 당시 굿닥은 재무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현재는 월매출 3억, 영업이익 1억7000만원을 기록하는 등 재무적으로 안정됐다는 설명이다. 이뿐 아니라 병원전문 고객관계관리(CRM)도 보유하고 있는데, 굿닥과 영업망을 공유한다.
이같은 연합 모델은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연합체의 중심인 옐로모바일에서 전략, 홍보, 마케팅 등을 책임지고 있으며, 계열사들은 비즈니스 자체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 개별 기업으로는 신용도가 떨어져 투자나 대출이 쉽지 않았지만, 연대체에 들어오면 자금조달도 훨씬 수월해진다.
이런 점에서 옐로모바일은 지주회사 같기도 하고, 벤처캐피탈 또는 스타트업 앨셀러레이터로 보이기도 하며, 사모펀드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옐로모바일의 이같은 전략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직 주도권이 정해지지 않은 시장에서 1~2위 업체를 인수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규모는 크지만 거대한 경쟁자들이 많은 미국 시장은 처다 보지 않는다. 옐로 모바일은 대신 아시아 시장을 보고 있다.
미국처럼 경쟁이 치열한 시장보다 아시아 시장에서 현지의 괜찮은 업체를 인수해나갈 계획이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광고네트워크 사업자를 인수했다. 임 CSO는 “저희 목표는 아직 장악되지 않은 플랫폼을 선점하고, 이 모델을 아시아로 들고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옐로모바일의 기업가치는 1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톱5’ 벤처 투자회사인 포메이션8이 1조원 가치로 1억 달러를 투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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