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IEDM 2014 현장리포트… M3D, GaN 파워디바이스에 주목

한주엽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지난해 12월 15일부터 17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국제전자소자회의(International Electron Device Meeting, IEDM)가 열렸다. IEDM은 국제고체회로학회(International Solid-State Circuit Conference, ISSCC), VLSI(Very Large Scale Integration)와 더불어 세계 3대 반도체 학회로 꼽힌다.

글 최리노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rino.choi@inha.ac.kr

1990년대부터 2000년 초까지 IEDM의 분위기는 ‘치열한 경쟁’ 그 자체였다. 100나노미터(nm) 이하 공정 기술과 무어의 법칙을 이어올 수 있었던 수 많은 아이디어가 IEDM에서 발표됐다. 변형공학(strain engineering),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핀펫(FinFET) 등의 기술이 바로 이 IEDM을 통해 세상에 처음으로 나왔다.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한 두 개의 기술 논문 발표에도 감지덕지하는 상황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종합반도체, 메모리, 파운드리 각 분야에서 1위와 2위권 업체의 차이가 확연하게 벌어지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사의 연구 방향을 외부로 알릴 필요가 없어졌다는 의미다.

화요일 럼프 세션(Lump session)에선 스탠포드대학교의 크리슈나 사라스왓(Krishna Saraswat) 교수, 요시오 니시(Yoshio Nishi) 교수, UC버클리대의 치밍 후(Cheming Hu) 교수, 도쿄공대의 히로시 아이와이(Hiroshi Iwai) 교수 등 원로들이 ‘60 Years of IEDM and Counting’이라는 주제로 지난 6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60년을 전망하는 시간을 가지며 동문회 분위기를 연출했다. 개인적으론 즐거웠지만, 반도체 소자 분야 연구개발(R&D)의 방향성을 제시해왔던 IEDM의 역할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는 생각을 했다.

반도체 소자 분야의 R&D는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상황이다. 고성능 소자 분야에서 무어의 법칙을 이어나가기 위한 연구는 대부분 기업체의 내부 프로젝트로만 진행된다. 대학이나 컨소시엄과의 공동 연구는 없다. 문제는 이처럼 거대 자본을 투입해 독자적인 연구를 수행할 만한 기업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부 연구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잘 되면 기술 격차를 유지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겠지만, 개발된 기술이 원가 등에서 시장 요구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을 경우 매우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M3D 기술에 주목

IEDM 2014에선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다. 그러나 현재 제안된 제품들은 고난도 기술 기반이 아니어서 당장 큰 돈이 될 만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해당 시장의 잠재력은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이 때문에 팹리스를 중심으로 많은 이들이 관련 시장의 기술 동향을 탐색하고 있었다.

현재의 IoT 제품들은 최고 기술 수준을 가진 파운드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양산을 맡길 수 있다. 따라서 센서, 로직, 통신 등 다양한 소자가 어떻게 융합이 이뤄질 지에 관심이 높았다. 특히 전통적 패키지 레벨의 결합, 인터포저(interposer)를 이용한 결합, 실리콘관통전극(Through Silicon Via, TSV)을 이용한 결합 기술 동향에 관심이 쏠렸다.

관련해서 주목되는 기술은 바로 M3D(Monolithic 3-Dimension)다. M3D는 TSV와 같이 다양한 소자를 병렬(parallel)로 작업한 후 결합하는 것이 아닌, 순차적으로 집적(sequential integration)해가며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이번 IEDM에선 프랑스 연구 컨소시엄인 CEA-Leti가 퀄컴과의 협력을 통해 쿨큐브(Cool Cube)라는 M3D 기술 컨셉을 발표했다. CEA-Leti가 제안한 쿨큐브의 기술 컨셉은 이랬다. 집적된 첫 소자층 위에 최근 기술 특허가 만료된 것으로 알려진 스마트 컷(Smart cut) 기술을 적용한다. 이후 웨이퍼 본딩을 이용해 새로운 채널층을 형성한다. 그 위로 다음 소자층을 형성에 쌓아올라간다. 올해 IEDM에선 레이저를 이용해 상층부를 열처리하고 아래층의 영향을 평가하는 구체화된 결과물도 발표됐다. CEA-Leti는 저녁 시간에 따로 워크샵을 열어 M3D 기반 기술과 IoT의 응용분야가 될 만한 연구 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대만 역시 국립나노디바이스연구소(National Nano Device Laboratories)를 주축으로 M3D 기술을 꾸준하게 연구하고 있다. 대만의 M3D는 2층 채널층을 위해 증착된 비정질실리콘 층을 레이저로 다결정실리콘(polysilicon)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특징으로 삼고 있다. 이번 IEDM에선 이 기술을 응용해 로직과 메모리의 결합을 보여줬다. 서브-40나노 기술로 실리콘(Si) UTB(ultra-thin body) 위에 만든 모스펫(MOSFET) 위로 플래시 메모리 소자를 얹은 것이 핵심이다.

전통적으로 첫번째 층의 윈도우를 열고 에피택시 성장(Epitaxy growth)를 통해 두번째 층을 성장시키는 방식을 취해온 미국 스탠포드대학 연구팀도 최근 다시 M3D의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IEDM에서는 대만과 마찬가지로 로직과 메모리의 결합을 선보였는데, 카본 나노튜브(Carbon Nanotube) FETs, 저항(Resistive) RAM, 실리콘 FET 등을 이용했다.

기업과 여러 컨소시엄은 IEDM 학회의 저녁 시간에 워크샵을 열고 연구 방향성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는 전통이 있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워크샵에선 6명의 기업 관계자와 연구소 전문가들이 모두 M3D를 주목해야할 기술로 언급했다.

팹리스 개념으로 반도체 산업의 근간을 바꾼 미국 퀄컴은 M3D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가장 큰 손이다. CEA-Leti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인 SMIC와 함께 M3D를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aN 파워 디바이스도

M3D 외 개인적으로 주목한 것은 질화갈륨(GaN)을 이용한 파워 디바이스(Power Device) 기술이다. GaN 기반의 파워 디바이스는 실리콘카바이드(SiC)를 이용한 하이 파워, 실리콘을 이용한 로 파워 디바이스의 중간 정도 전압(600V) 영역을 담당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실리콘 위 고순도 에피(Epi) 성장 및 인핸스먼트 모드(Enhancement mode) 소자 제작의 어려움으로 상용화가 되지 않았으나 이번 IEDM에선 TSMC와 파나소닉 등의 업체가 GaN 파워 디바이스의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제품 출시 및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아직 GaN 파워 디바이스의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시장에 자리를 잡은 이후에는 이미 투자된 시설을 이용해 높은 투자수익률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EDM은 기존 고성능 소자 중심에서 차츰 다양한 주제의 소자 연구로 폭을 넓혀가고 있다. 한국과 같이 메모리,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소품종 대량 생산 체제의 산업구조에서는 그 의미를 더더욱 깊게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M3D만 놓고 보더라도 해외에선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국내 기업과 학교에선 전문적인 연구가 전무한 실적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은 메모리가 중심인데다 로직 기술의 경우 고성능 제품 공정을 주로 다루고 있고, 학교는 이러한 반도체 기술 연구를 수행할 시 영향력 높은 저널에 논문을 실릴 수 없다는 이유로 연구 그룹을 형성하지 않고 있다.

최근 IEDM에 참석하는 중국 엔지니어 수가 부쩍 늘었다. 이들은 매우 다양한 분야의 세션에 적극적으로 참석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젊은 엔지니어도 1990년대에는 IEDM에 무리를 지어 참석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수가 줄고 평균 연령대도 높아졌다. 기업은 학회에서 큰 기술적 영감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 파견을 줄일 듯 하다. 학교 혹은 연구소 연구원의 참석이 줄어든 근본적 이유는 반도체 분야의 정부 지원 연구비가 줄었고 그나마도 따 내기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반도체를 연구하는 이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가고 있다. 90년대 일본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한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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