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코스콤, 빅데이터 주가분석 서비스는 왜 멈췄나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지난 2013년 6월 코스콤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주가 분석 및 예측 파일럿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다음해 3월에는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도 개최하고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선다는 목표도 밝혔다.
하지만 코스콤의 빅데이터 기반 주가 예측 서비스의 상용화 소식은 이후 들리지 않았다. 지난 23일 코스콤이 개최한 핀테크 관련 간담회에서 빅데이터 주가 서비스에 대한 진행상황을 물었다. 의외의 답이 들렸다. 코스콤 관계자에 따르면 빅데이터 주가 서비스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 발송이 이번 주 이뤄지고 사업자 선정에 들어갈 것이란 설명이다.
하드웨어 선정 및 개발 일정을 고려하면 코스콤의 빅데이터 주가 분석서비스는 올 하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당초 파일럿을 통해 증권사들과 의견이 조율되는 과정에서 반영 사항이 많아 서비스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코스콤은 현 정연대 사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약 11개월간의 경영공백이 있었다. 우주하 전 사장이 코스콤에서 물러나고 현 정 사장이 취임하기 까지 코스콤의 주요 투자는 사실상 멈춰있었다. 이 과정에서 코스콤의 빅데이터 주가 서비스 상용화 추진 계획도 멈춰 섰다.
특히 주가분석 파일럿 시스템의 경우 EMC의 그린플럼 기반으로 구축됐는데 본 사업으로 들어가기 전 장비 임대기간이 끝나 모두 반환하는 일도 겪었다. 시스템의 핵심 기술은 가지고 있지만 실체가 없는 시간이 이어졌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 핀테크가 국내 시장을 휩쓸었다. 지급결제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서비스에도 업계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국내의 한 벤처기업이 주가분석 앱을 개발해 서비스에 나서기도 했으며 비슷한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일정대로만 추진됐으면 국내 첫 빅데이터 기반 주가분석 상용 서비스 업체라는 타이틀은 코스콤이 가져갔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코스콤의 빅데이터 주가분석 서비스의 상용화 일정이 늦어진 것이 독이 될지 약이될지는 알 수 없다. 핀테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거의 정점에 올라와 있는 가운데 코스콤이 올해 말 일정대로 서비스를 상용화할 수 있다면 핀테크 열풍을 타고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핀테크 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장의 논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코스콤의 서비스는 분석 서비스라는 것 외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IT시장은 타이밍에 좌우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도태되고 범용 기술이 타이밍을 잘 타 갑자기 주력 기술로 부상하는 경우도 있다. 코스콤은 빅데이터 기반 주가서비스 출시의 타이밍을 외부 요인에 의해 한번 놓쳤다.
다행히 핀테크라는 불씨가 코스콤의 빅데이터 주가 서비스 상용화에는 일정 부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에 있어 경영공백이 사업 추진하는데 있어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선 씁쓸하기도 하다. 변화가 극심한 IT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기술 뿐만 아니라 내부 의사결정 체계가 얼마나 잘 갖춰져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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