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

“가격경쟁 막은 단통법에 소비자 이익 축소”

채수웅

- 국회 단통법 토론회서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주장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단말기유통법이 규정하고 있는 가격공시제도, 비례성 원칙, 차별금지 원칙 등이 기업의 경영상황에 맞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가격경쟁을 막아 소비자 이익도 축소시킨다는 것이다.

21일 국회서 열린 단통법 개정방향 정책제언 토론회서 발제를 맡은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이 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단통법이 공정거래법의 기본취지, 즉 불공정 가격담합을 처벌하고 시장경쟁을 촉진해야 하는 정부 역할에 오히려 반대를 추구하는 법으로 보았다.

그는 "보조금의 규제 자체를 폐지하지 않는 한 소비자 피해와 산업적 피해를 피할 수 없다"며 "부분적인 소비자 후생의 긍정적 효과가 있더라도 산업적 피해를 감수할 만한 가치 있는 규제인지에 대해 정책당국이 기본적인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단통법으로 통신비를 절감하는 것은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단통법이 과도한 단말기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 요금경쟁으로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를 갖고 있지만 현재의 이통사 수익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통신사가 모든 영업이익을 포기하고 설비투자도 포기하는 것을 가정해도 연간 통신비 인하 여력은 2013년 기준으로 17만4800원 수준이다.

우리나라 이통사들은 OECD 28개 국가에서 투자비중은 상위인데 반해 수익성은 바닥인 23위다. 결국, 소비자 후생여력은 제조사의 보조금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단통법과 보조금 상한규제는 이 가능성을 봉쇄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 교수는 "정부가 단통법시행 이후 통신비 가계지출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최신폰의 경우 단말기 실제 구입단가가 해외에 비해 훨씬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우리 국민들의 막대한 추가지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저가 요금제 비중확대가 통신비 절감을 가져온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단통법 이전에 높은 단말기 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가 요금제 선택을 요구받은 가입자도 석 달 뒤에는 요금제를 변경할 수 있었다"며 "통신비와 단말기 구입 총지출로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단통법으로 산업적 피해도 막대한 것으로 분석했다. 영세판매점의 몰락에 단말기 제조사 피해 역시 막대한 것으로 보았다.

그는 "기업이 가격할인을 하는 이유는 시급히 팔아 치워야 할 이유가 존재할 경우"라며 "할인을 해서라도 재고처분을 하는 것이 이익이 될 수 있는데 마감시간에 대폭 할인하지 말고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할인을 공시하는 것이 단통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팬택 부도 사태가 이러한 경우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애플 아이폰6 점유율이 급증한 것도 우리 기업들의 가격의 탄력적 대응수단이 박탈당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출고가격을 내리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정가를 내리는 것과 할인은 다른 얘기"라며 "가격은 브랜드 이미지와 밀접한 연관이 있고, 판매실적에서도 동일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단통법 수혜자로 꼽히는 이통사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고객이 신형단말기 채택을 주저함에 따라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를 증가시키는데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단통법이 이통사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미래부가 주장하는 통신과소비 절감에 대해서도 정부가 작위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단말기 교체비율이 빠르다고 과소비인가. 삼겹살을 많이 소비하니 과소비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통신비는 과거 전화비와는 달리 여러 스마트 디바이스, 금융·미디어·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기본료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이통사가 충격을 줄이기 위해 투자를 줄이거나 결합상품 할인 및 투자 축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조삼모사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았다.

그는 "결론은 단통법을 폐기해 단말기 지원금 및 가격경쟁에 대한 규제를 풀고 이통사들의 가격경쟁을 제한하는 규제와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며 "온라인 비대면 가입과 해약을 유도하는 등 통신가격 경쟁의 환경을 조성하는 쪽으로 개선해 시장기능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채수웅
woong@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