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③ 글로벌 IT시장, 10년 후 승자는 누구?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스마트 혁명은 불과 5~6년 만에 IT업계, 아니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지배자였던 노키아가 마이크로소프트에 핵심 사업을 54억유로(약 6조5000억원)에 팔아버릴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노키아는 한때 시가총액이 3000억유로(364조원)에 달하기도 했었는데, 매각금액은 헐값이라는 표현이 아까울 정도로 헐값이다.
원래 IT업계는 혁신을 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산업이다. 현재는 전 세계 시장의 지배자라고 하더라도 잠깐 한눈을 팔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노키아뿐 아니라 야후, 소니, 닌텐도, 코닥 등 많은 기업들이 이를 몸소 증명해왔다.
여기에 또 새로운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가져지고 온 변화의 물결은 더욱 커져 이제는 모든 사물이 스마트해진다는 IoT(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은 이런 변화에 필수적인 따라오는 요소다. 이 변화에서 또 쓰러지는 기업과 새로 부상하는 기업이 나타날 것임도 자명하다.
◆클라우드의 미래 지배자는 누구?= 100년 전 처음 전기가 발명됐을 때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발전기를 구매해 전기를 만들어 썼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기업도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 쓰지 않는다. 전력회사로부터 전기를 끌어다 쓰고, 이용요금을 낸다.
전문가들은 IT인프라도 전기와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IT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기업 내에 구축하지 않고 클라우드 업체에 요금을 내고 IT서비스를 끌어다 쓰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등장하는 스타트업 기업 중에 서버와 네트워크, 스토리지 장비,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구입해 설치해 IT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기업은 사용료를 내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런 변화는 기업용 IT업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 100년전 각 기업에 발전기를 팔던 회사들이 그 모습 그대로 생존할 수 없었던 것처럼 현재까지의 IT기업들도 이 모습 그대로 생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기업들이 발전기를 구매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기업들은 IT장비를 구매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IT장비 판매회사는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이를 기존의 IT기업들도 알고 있다. 지난 30년 글로벌 IT산업의 지배자였던 IBM, 마이크로소프, HP, 시스코, EMC, 오라클 등이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클라우드 업체로 변신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까지 클라우드 시장의 지배자가 될 수 있는 1등 후보자는 아마존웹서비스(AWS)다. 시너지 리서치 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4분기 AWS의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30%에 달했다. AWS는 경쟁사들에 비해 5년이나 먼저 이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기능, 성능, 편의성, 안정성 등 여러 면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존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는 PC 시대의 최강자 마이크로소프트다. 소프트웨어 산업을 창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MS는 지난 해 사티아 나델라 CEO가 부임한 이후 모바일과 클라우드 회사로 탈바꿈을 시도 하고 있다. 그 결과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는 현재 아마존에 이어 클라우드 시장 2위를 달리고 있다.
MS는 스마트 혁명에 대응하지 못해 미래가 어두운 대표적인 기업 중에 하나였는데,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속도가 현재 추세대로 유지된다면 MS가 노키아와 같은 몰락의 길을 걷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기업용 IT 솔루션 업계의 강자 IBM과 오라클도 클라우드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줄만 알았던 아마존에 의해 일격을 당하긴 했지만, B2B 비즈니스에서 쌓은 오랜 경험을 통해 격차를 좁히겠다는 계획이다.
스마트 혁명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인 구글도 클라우드 혁명에도 뒤처지지 않는다. 구글 태생 자체가 클라우드에 있다는 점에서 클라우드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
◆제3의 플랫폼 헤게모니는 누가 쥘까? = IT산업의 경쟁은 결국 플랫폼 경쟁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를 통해 PC 플랫폼 시장을 장악한 후 20년간 최고의 IT기업으로 자리매김 했고, 그 이후에는 애플과 구글이 모바일 디바이스 플랫폼 시장을 양분하면서 글로벌 투 톱 IT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렇다면 차세대 트렌트인 IoT 플랫폼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누가 될까? IoT 시대에는 PC나 스마트폰 시대와 달리 디바이스 운영체제가 핵심 플랫폼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IoT 디바이스들은 대부분 자체적인 컴퓨팅 자원을 보유하기 보다는 연결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IoT 디바이스의 센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이 IoT 시대의 경쟁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IoT 분야에서 확고한 시장 우위를 보이는 플랫폼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 기업들은 동맹을 맺고 표준화 단체를 만들어 헤게모니 싸움을 펼치고 있다. 누가 리더가 될 것인지, 산업의 실질적 표준은 누가 될 것인지 현재는 알 수 없는 상태다.
현재 이 시장에는 거의 모든 IT 업체들이 뛰어들고 있다. 국내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의 IoT 플랫폼 업체 스마트씽스를 인수해 눈길을 끌었다. 스마트씽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IoT 플랫폼 기업 중 하나였는데, 삼성전자는 이 회사 인수를 통해 단숨에 IoT 분야 리더로 등극했다.
구글은 네스트라는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IT업계에 IoT의 방향을 제시했다. 구글이 난방온도조절기 회사인 네스트를 거액에 인수할 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현재 네스트는 스마트홈의 상징처럼 돼 가고 있다.
또다른 IoT 플랫폼 경쟁의 핵심 중 하나는 빅데이터다.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하지 않는 IoT는 의미없기 때문이다. 결국 IoT 플랫폼은 빅데이터 플랫폼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오라클, IBM, 마이크로소프트, SAP와 같은 전통적인 DB업계를 비롯해 하둡 생태계를 앞세운 등 오픈소스 진영, 스플렁크와 같은 실시간 분석업계의 뉴페이스들도 IoT 빅데이터 플랫폼 경쟁에 한창이다.
한편 IDC는 보고서(Internet of Things 2014-2020 Forecast)를 통해 2013년 1조9000억달러 규모의 IoT 시장이 오는 2020년 7조 1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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