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핀테크 신데렐라’는 과연 탄생할 수 있을까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금융산업과 관련해 국산 소프트웨어(SW)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중 하나는 어렵게 개발한 제품을 금융권에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부여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또한 천신만고끝에 제품 소개의 자리를 가진다하더라도 그 기회를 살리는 경우는 드물다. ‘제품이 괜찮아 보인다는 소리를 들어도 그건 아마 낙담하지 말라’는 위로의 멘트일 가능성이 높다. 기능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해당 금융회사는 이미 여러차레 내부 커스터마이징을 거친 유사한 솔루션이 운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말로 획기적인 혁신 솔루션이 아닌한 새로운 제품이 기존 제품을 밀어내기가 구조적으로 힘든 이유다.

또 국산 제품보다 비싸더라도 기존에 채택한 외산 솔루션이 더 안정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또한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겉으로는 역동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느곳보다 견고하고 보수적인 곳이 국내 금융IT 시장이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기존의 답답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가 엿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정부 주도의 핀테크 행사를 통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핀테크 분야의 유망 IT업체들이 하나 둘 씩 이름을 알리고 있기때문이다.

일단 기술력을 인정받는 핀테크 관련 기업을 은행, 증권, 카드 등 금융회사에 직접 연결시켜 멘토링을 해주게 하고, 나아가 이들 기업이 개발한 솔루션을 멘토링을 해준 금융회사가 직접 채택할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과거에는 만나기조차 힘들었던 곳에서 직접 핀테크 기업들을 초청해 손을 들어주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다.

◆오디션같은 핀테크 열풍, 불편하지만...= 물론 이 과정이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듯한 불편함은 존재한다. 핀테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이것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을까하는 우려때문이다.

실제로도 핀테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해서 곧 그것이 금융권 납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기존 솔루션, 외산 솔루션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하고, 시장에서의 생존능력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핀테크 지원센터를 지원하고 있는 금융위원회 관계자도정부의 역할은 핀테크기업 육성을 위한 멘토링에 있지 투자금을 지원하거나 금융회사에 납품을 보장하는데 있지 않다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또한 최근의 핀테크 열풍이 너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금융 당국이 창조경제라는 정책적 성과를 강조하다보니 어딘지 모르게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면서 나간다는 느낌을 주지못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와 핀테크 지원센터가 지난 4월에 개최한 1차 핀테크 데모 데이에서는 주로 결제 분야의 솔루션들이 선보였고, 지난달 27일 개최된 2차 데모 데이에서는 빅데이터, CMS(자금관리), 생체인식 등 다양한 솔루션들이 시연에 참가했다.

어느 순간 금융IT 관련 솔루션들이 도로명 주소바뀌듯이 모두핀테크기업으로 옷을 갈아입은 느낌이다. 정책적 성과를 빨리 내기위한 금융 당국의 초조함이 엿보인다. 하지만 어떤 옷으로 갈아 입든지 상관없이 국산 IT업체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만 있다면 금융 당국의 노력은 그 자체로 높게 평가받을 일이다.

우수한 국산 금융솔루션, 재평가받는 계기로 = 금융IT업계의 전문가들은 경위야 어찌됐건 최근 핀테크 열풍이 국산 금융IT 솔루션들이 재조명받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물론 핀테크 기업이 모두 솜털 보송 보송한 벤처 기업이거나 스타트업은 아니다. 오히려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가진 금융IT 기업이 적지 않다.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국산 금융IT 솔루션이 정당한 평가를 받는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지난 2 핀테크 데모데이에서 시연에 참가한 핀테크 기업중 (주)웹캐시는 업력이 15년이 넘었고, 실제로도 인터넷뱅킹시스템과 CMS(기업자금관리)분야에서 수많은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다.

또한 핀테크라는 용어가 창조되기 훨씬 이전부터 관련 솔루션을 개발해 금융권에 공급한 사례가 있는 핀테크 기업들도 적지않다. 더치트는 실제 금융사기 범죄에 사용된 정보를 공유해 추가 피해를 방지하는 서비스를 2006년부터 운영해 왔다. 따라서 관건은 지금까지 무명으로 존재했던 이러한 국산 핀테크 솔루션들을 어떻게 빛을 보게 할 수 있느냐다. 이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지난 2차 데모데이에서는 4개의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간의 상호협력을 위한 MOU가 체결됐다. 위즈도메인은 현대증권, 핀테크는 하나은행, 더치트는 우리은행, 이리언스는 기업은행과 각각 MOU를 체결했다. “위즈도메인, 핀테크, 더치트 3개사는 향후 협력 성과가 좋으면 MOU를 맺은 금융회사에 곧바로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금융위 관계자는 전했다.

홍채인식을 통한 본인확인 인증 기술로 주목을 받은 이리언스는 기업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일단은 멘토링을 통한 집중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 홍채인식을 포함한 바이오 인증 도입의 경우, 금융권에서 그동안 일반화되지 않았던만큼 금융권 전반의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이 어느정도 제시돼야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이 직접 나서서 국산 바이오인증 기술에 대한 멘토링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그 자체로 해당 기업에게는 추가적인 기술개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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