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메르스 한달, 달라진 일상생활이 변화 만들까?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지난 2011년3월, 1만5000명 이상이 희생된 동일본대지진은 일본의 IT산업구조를 변화시키는 시발점이 됐다.
강도 9.0규모의 초대형 지진은 내진설계에 철저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건물들이 상당수 피해를 입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러한 건물 파손 탓에 기업 IT인프라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이 본격화됐다. 실제 상당수 기업이 지진으로 인한 데이터 센터 장애로 비즈니스 영속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의 경우 데이터센터의 8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대지진이 수도권에서 발생할 경우 전체 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때문에 2011년부터 일본에선 클라우드 환경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자체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중앙 집중형 IT인프라를 고집하기 보다는 정보를 분산시켜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확보하는 한편 거점이 붕괴돼도 업무의 영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기반의 업무 프로세스 구현도 본격화됐다.
이 덕분에 현재 일본은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선 세계에서도 선도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2011년 일본 정부의 클라우드 산업육성정책이 본격 시행된 탓도 있겠지만 정책을 뒷받침했던 것은 재해를 겪고 나서 바뀐 일본 기업의 정서 탓이 크다.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가 우리나라를 습격한지 한 달이 되어간다. 메르스가 지배한 한 달 새 우리의 일상생활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외부 외출이 잦아들고 직장인들은 마스크를 찾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길 꺼려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기피하면서 대형 마트에서는 손님이 줄어든 반면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액은 늘고 있다.
또,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 등 5개 시중은행의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이체 건수는 4679만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4%나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변화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이른바 메르스 탓에 ‘비대면(非對面)’을 통해 일상생활을 영위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회사들은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재택 근무를 장려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직접 발품을 팔지 않고도 생필품을 사거나 금융활동을 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 하지만 비대면을 통해 금융거래나 온라인 쇼핑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세세한 부분에서 불편한 점이 늘어날 수 있다. 재택근무 역시 IT인프라가 구현돼 있지 않다면 이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아직 메르스 공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사람들의 비대면을 통한 일상생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이후다. 메르스가 지나간 이후 우리의 생활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그동안 변화한 개인과 기업의 인식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대면에 대한 장점과 문제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동안 속도를 내지 못했던 스마트 워크, 비대면채널 강화, 그리고 원격진료와 같은 새로운 시장이 정착할 수 있을 지 궁금해진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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