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기본료 폐지?…ICT 생태계 무너질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이동통신 기본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다. 망구축이 완료됐고 국민들의 통신요금 부담 경감을 위해 대부분 요금제에서 기본료 1만1000원을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과거와 달리 기본료와 통화료 구분이 없는 통합요금제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표준요금제 기준으로 모든 요금제에서 1만원 가량을 인하할 경우 이동통신을 비롯해 전체 ICT 산업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투자지연에 마케팅 비용 축소로 오히려 소비자 이익이 후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올해 1분기 이동통신 3사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75%나 증가했다"며 "사내유보금이 28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정부는 이통사들의 수익성 걱정만 하며 기본료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단말기유통법 토론회서 "SK텔레콤의 순익이 떨어져도 대한민국의 공익에는 문제가 없고, 오히려 가계통신비가 줄면 공익이 늘어난다"며 "기본료는 폐지하고 정액요금제 부담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사들의 이익 수준을 감안할 때 월 1만원 가량의 일률적 요금인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사 입장은 다르다.
만약 월 1만1000원의 기본료를 일괄적으로 폐지할 경우 연간 7조5000억원 가량의 매출이 감소하게 된다. 막대한 매출감소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결국 투자를 축소할 수 밖에 없고, 단말기 보조금 등 마케팅도 할 수 없게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통신사들이 어떠한 식으로든 요금을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통3사는 매년 7조원 안팎의 설비투자를 진행한다.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감소하는 매출규모와 엇비슷하다. 일각에서는 7~8조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으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단말기 보조금도 소비자 혜택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에 이동통신 마케팅이 중단될 경우 수수료 등으로 먹고사는 유통점도 생계를 이어가기 어렵게 된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기본료 폐지와 관련해 "현재의 가격구조를 그대로 두고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이통3사의 영업이익은 2조7000억에서 4조60900억원 적자로 전환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그러면 이통사들은 다른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거나 결합상품 요금할인을 축소할 것”이라며 “망투자 역시 축소하는 등 결국 조삼모사로 소비자 통신비 절감의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통신요금 인하가 절대 선(善)인 정부 입장에서도 기본료 폐지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국회서 정치권의 기본료 폐지 공세 때마다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은 서비스, 품질경쟁, 원가절감 등을 통해서 이뤄야 한다"며 "기본료 폐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료 폐지 등 요금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이통사들도 속이 탄다.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지만 오히려 수익은 과거보다 줄어들고 있다. 투자수준은 OECD 28개국 중 3위지만 수익률(EBITDA 마진)은 바닥인 23위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최근 수년간 1위 업체 이익률만 5% 수준이고 나머지 2개사는 적자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현재 요금체계의 기본료는 명목상의 구분일 뿐 과거와 같은 기본료 구분은 무의미하다"며 "해외 역시 대부분 통합요금제로 대체된 것이지 기본료를 폐지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각종 국제 비교조사에서 국내 통신요금 수준은 저렴한 편으로 조사됐다"며 "기본료 폐지 주장은 국내 ICT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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