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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중국 전자부품 산업의 경쟁력

한주엽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2008년 이후 전 세계 신규 8세대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공장은 모두 중국에 세워졌습니다. 중국 기업이 구축했거나, 건설 중인 공장은 6개, 한국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중국 내 각각 1개씩 8세대 생산라인을 가동 중입니다.”

리둥성 중국 TCL 회장은 지난 6월 초 미국 산호세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15의 기조연설자로 나와 이 같이 말했다. 리 회장은 TCL의 패널 자회사인 CSOT의 사장이기도 하다. 그가 언급하지 않은 8세대 이상 크기의 공장은 BOE의 10.5세대를 포함해 모두 4개에 이른다. 리 회장은 “2017년이면 중국 내 LCD 패널 생산량이 한국과 맞먹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전문가들도 한국이 차지하고 있던 세계 디스플레이 생산량 1위 자리는 조만간 중국에 내 주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한 여파? 물론 있다. 세계적 유리 업체인 미국 코닝, 일본 니폰일렉트릭글래스(NEG), 아사히글래스(AGC)는 중국 현지에 유리기판 공장을 짓기로 했다. 중국 내 8세대 이상 LCD 패널 생산라인이 늘어나자 가까운 곳에 공장을 두고 물량을 대기로 한 것이다. LG화학, 삼성SDI도 최근 같은 이유로 중국 내 편광판 공장을 짓기로 했다. 중국에 공장을 짓는 이유는 더 이상 ‘저렴한 인건비’ 때문이 아니다. 그런 이유라면 베트남이 제격이다. 이제는 ‘고객사’를 잡기 위해 중국에 공장을 짓는다. 한국에 공장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신규 일자리 창출도 생각할 수 없다.

어느 정도 구조조정이 이뤄진 발광다이오드(LED) 칩 시장은 이미 중국 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고 있다. 중국 최대 LED 칩 생산업체인 사난(Sanan)은 올 연말 생산용량 기준 세계 1위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사난 외에도 HC세미텍(HC Semitek), 체인지라이트(ChangeLight), 옥선(Aucksun) 등이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고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 LED 사업부, 서울바이오시스(서울반도체 자회사, 구 서울옵토디바이스), LG이노텍의 LED 칩 시장 점유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태양광 부품 쪽은 이미 중국이 꽉 잡았다. 폴리실리콘, 잉곳 및 웨이퍼, 태양광 셀, 모듈에 이르는 모든 밸류 체인에 걸쳐 중국 업체들이 공급량 상위 자리를 꿰 차고 있다. GCL폴리, 잉리그린에너지, JA솔라, 트리나솔라, 캐내디언솔라 등이 주요 업체다. 한국 업체는 폴리실리콘 분야에선 OCI가 3위 자리를, 셀과 모듈 분야에선 한화솔라원이 4위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삼성, LG, 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기업 대부분은 태양광 시장에서 발을 뺀 상태다. 태양광 시장은 최근 가격 하락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치킨게임의 과실을 중국 기업들이 모두 따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괜찮나? 최근 업계에선 XMC와 같은 중국 파운드리 업체가 D램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린다. 중국 정부가 거대 투자 펀드를 조성해 ‘될 만한’ 업체를 밀어줄 것이라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D램은 15나노가 원가절감의 마지노선이라는 견해가 많다. 15나노에 머무른 그 상황에서 중국 기업이 진출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어떻게 그들을 따돌릴 것인가.

한국은 과거 일본의 길을 그대로 걸을 수도 있다. 상황은 더 안 좋다. 일본 만큼 기초 소재, 장비, 부품 분야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인가.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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