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숨가쁜 1년, 핀테크 어떻게 진화 했나?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지난 2014년 말 국내에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융합한 ‘핀테크(fintech)’가 화두로 등장한 이후 지난 1년여 동안 금융권은 물론 일반 업계에 까지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숨 가쁜 경쟁이 시작됐다.
정부는 핀테크를 금융시장 혁신의 도구로, IT기업 및 스타트업은 새로운 생태계 조성과 그에 따른 시장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직까지 핀테크가 활성화되기 위한 규제가 상당수 남아있지만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가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핀테크가 금융 시장에 정착할 가능성은 아직까진 높아 보인다.
다만 국내 초기 핀테크 시장은 간편결제에 초점이 맞춰져 기형적으로 성장해 온 것이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 이후 공인인증서 등 고객 편의성에 맞춘 전자결제 서비스 구현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애플과 구글, 그리고 알리바바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내에서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삼성전자, SK텔레콤, KT 등 디바이스와 통신사들의 서비스 출시도 이어졌다.
하지만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국내 핀테크 시장은 다양성을 확보하는데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간편결제 위주의 시장이 이제는 P2P 대출, 외환송금 등 적용 분야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간편결제=카카오(전 다음카카오)가 처음 ‘뱅크월렛카카오’와 ‘카카오페이’를 선보이면서 간편결제 시장이 본격화됐다. 이후 디바이스, 결제대행(PG), IT서비스, 유통,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간편결제 서비스 출시에 나섰다.
간편결제와 같은 결제 인프라는 초기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 중 하나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이 국내에 처음으로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시장 점유율은 국민은행, 신한은행처럼 기존 여수신 기반 고객을 확보한 은행들에 밀릴 수 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간편결제 시장 역시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는 이점이 그리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또, 각 ‘페이’마다 고유한 고객층을 끌어안고 출발했다는 점에서 시장 주도적 사업자가 나타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카카오페이가 기존 카카오 플랫폼 사용자를, 삼성페이가 삼성 갤럭시 디바이스 사용자를 기반으로 하는 것처럼 일종의 폐쇄적인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물론 PG사와 스타트업 들은 가맹점을 확보해 결제 인프라를 넓히는데 초점을 맞춰왔지만 마케팅 부분에서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간편결제 시장은 초기 마케팅 역량이 시장 구도 형성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알리페이가 시장을 장악한 방법처럼 막대한 마케팅 역량을 투입해 경쟁업체를 고사시키는 방법이다.
각 간편결제 업체들은 제각각 다른 규모로 마케팅을 진행해 가입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나섰다. 이러다 보니 표면적으로 간편결제 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또, 자기 고객 지키기와 끌어들이기에 집중해 결제 플랫폼간 호환성이 확보되지 않는 문제점을 낳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몇몇 플랫폼을 중심으로 간편결제 시장의 합종연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간 호환성 및 업체난립에 대해 시장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자체적인 자정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마케팅 등 경쟁력 부분에서 여력이 되지 않는 기업들의 자연도태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P2P 대출, 새로운 성장동력?=간편결제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을 때 한 켠에선 P2P 대출(개인 간 대출) 시장이 꿈틀대고 있었다. P2P 대출은 해외 시장에선 간편결제 보다 더욱 활성화된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P2P 대출은 불법이다. 은행·카드·캐피털·대부업 등에만 대출을 허용한 법 규정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에 금융당국이 지난 2월 P2P 대출을 대부업으로 등록하면 영업을 허용해줬지만 때문에 P2P 대출 업체들은 기존 대부업체와 차별점을 알리기 위한 이중의 노력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P2P 대출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현재 P2P 대출은 2기 업체들이 나와 경쟁하는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머니옥션과 같은 1기 P2P 대출업체들이 제한적인 영역에서 영업을 진행해왔다면 8퍼센트, 비모 등 2기 P2P 업체들은 보다 완화된 규제 아래서 사업을 확대시키고 있다.
이들은 개인신용평가 등 리스크 관리를 위한 시스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P2P 대출이 초기시장인 만큼 다소 타이트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우선 P2P 대출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8퍼센트와 렌딧, 펀다, 어니스트펀드, 빌리, 테라펀딩, 피플펀드 총 7개 업체가 참여해 회원사 간 대출 내역뿐 아니라 일정 기간 내 P2P업권 동시 대출 방지 등 정보 공유를 통한 건전성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P2P 대출에 대한 시장성은 금융권에서 이미 파악하고 있기도 하다. P2P 대출업체들에는 투자은행(IB), 증권사 등 기존 금융사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의 노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어니스트펀드를 운영하는 비모 김주수 대표는 “국내 금융사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면접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프트 주도 해외송금 시장 변할까=기획재정부는 은행에만 허용했던 외환업무를 비은행권에 개방하는 내용의 ‘외환송금업’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외환송금업을 별도 신설해 소액의 송금·수취 업무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고객들의 수수료 인하와 편의성 증대를 추구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외환송금은 해외 시장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핀테크 서비스 중 하나다. 그동안 외환송금의 경우 스위프트(SWIFT)와 같은 글로벌 중개서비스에 의존해왔다. 스위프트를 통해 송금 전문을 교환하고 실제 결제는 해외 중개 은행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기존 은행의 해외송금서비스는 송금은행, 중개은행, 수취은행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엮여 있어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핀테크에 있어서 외환송금은 이러한 중개 서비스업체를 거치지 않고 송금이 필요한 사람들간 직접 거래를 통해 수수료를 절약하고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상호 외환송금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 다양하게 모색되고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하거나 별도의 인증 플랫폼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한편 간편결제의 경우 초기 정부와 시장의 관심이 쏠리면서 대부분의 규제가 완화된 상태다. 하지만 뒤를 이어 P2P 대출과 해외송금 등 신규 서비스의 경우 아직 규제 완화와 제도 정비가 미진한 것이 현실이다.
P2P 대출의 경우 소액 투자자를 온라인으로 모집해 창업 벤처 기업에 투자하도록 하는 크라우드펀딩법이 내년부터 시작되면서 일정 부분 규제 완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법의 경우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은 제외된 상태다.
또 P2P 대출업체들이 묶여 있는 대부업법은 서로 전혀 연관이 없는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P2P대출의 기본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환송금의 경우도 외환거래법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거래 기법에 대한 금융당국의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환송금시 상호 확인을 위해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이 도입되고 있는데 이러한 가상화폐 기술에 대한 유연한 제도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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