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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사양으로 중무장…베일 벗는 퀄컴 스냅드래곤 820

한주엽

* 9월 25일 발행된 <인사이트세미콘> 오프라인 매거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퀄컴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 820의 면면이 대부분 공개됐다. 스냅드래곤 820은 내년 상반기 출시될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부분 탑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주요 업체에는 샘플이 공급된 것으로 전해진다. 퀄컴은 종전 모델인 스냅드래곤 810을 내놓기 전 발열 루머에 휩싸여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회사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적극 해명했지만 있지도 않은 발열 루머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회사 이미지에 적잖은 상처를 냈다. 퀄컴이 스냅드래곤 820을 공식 발표하기 전 주요 사양을 조금씩 공개하면서 외부와 소통 채널을 늘리고 있는 이유도 810 때처럼 근거 없는 루머가 양산되지 않길 바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글 한주엽 기자 powerusr@insightsemicon.com

스냅드래곤 820은 최고 사양으로 중무장을 했다. 우선 독자적으로 재설계한 64비트 크라이오(Kryo) 중앙처리장치(CPU)가 탑재된다. 810의 경우 ARM의 코어텍스 A57 및 A53 코어 각각 4개씩, 총 8개의 CPU 코어가 탑재돼 있었다. 810이 출시됐을 때 업계에선 “왜 크레이트(Krait)와 같은 독자 재설계 코어가 아닌, ARM의 범용 코어를 그대로 사용하나?”란 궁금증이 증폭됐었다. 퀄컴은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업계 일각에선 64비트 코어 재설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810에는 어쩔 수 없이 범용 코어를 탑재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어찌됐건 820에는 퀄컴이 개발한 첫 64비트 코어인 크라이오가 탑재된다. 이 코어는 2.2GHz로 동작하는데, 아직 몇 개의 코어가 탑재될 지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스냅드래곤 820은 삼성전자의 14나노 핀펫 공정 라인에서 생산이 이뤄진다. 20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810 모델과 비교하면 같은 속도에선 전력효율성이 2배 높고, 같은 전력사용량에선 속도가 2배 높다진다고 퀄컴 측은 강조했다. CPU와 함께 그래픽처리장치(GPU), 디지털신호처리프로세서(DSP), 이미지신호처리프로세서(ISP)와 같은 이(異)기종 코어의 효율적 동작을 유도할 수 있도록 심포니 시스템 매니저(Symphony System Manager)라는 기능이 처음으로 탑재된 것도 특징이다. 퀄컴은 심포니 시스템 매니저가 보다 효율적으로 전력을 사용하면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드레노 530 GPU, 전력소모량 40% 줄여

스냅드래곤 820에 탑재되는 GPU는 아드레노 530이다. 이 제품은 종전 아드레노 430 대비 전력소모량이 40% 줄고, 성능은 40% 향상됐다고 퀄컴 측은 설명했다. 아드레노 530 GPU는 오픈GL ED 3.1+ 안드로이드 익스텐션 팩(AEP), 렌더스크립트(Renderscript), 오픈CL 2.0 및 벌칸(Vulkan) 표준 등을 포함한 첨단 그래픽 및 연산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지원한다. HDMI 2.0을 통해 ‘Rec. 2020’ 표준의 초고해상도 울트라HD 디스플레이를 돌릴 수 있으며 TV와 연결하면 60프레임의 4K HEVC 비디오를 출력할 수 있다.

새롭게 개발된 ISP는 ‘스펙트라’라는 브랜드명이 붙었다. 14비트 연산이 가능한 이 제품은 카메라의 이미징 처리를 맡는다. 듀얼 프로세서로 최대 3개의 카메라(전면+후면 듀얼)를 동시 지원한다. 최대 25메가픽셀의 데이터를 초당 30프레임까지 시간 지연 없이 처리 가능하다.

디지털신호프로세서(DSP)인 헥사곤 DSP 역시 680으로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헥사곤 680 DSP에는 각종 센서의 데이터를 받아 처리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저전력 프로세싱 기능이 별도로 탑재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센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용도로 마이크로컨트롤러(MCU)를 탑재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새롭게 추가된 HVX(Hexagon Vector eXtensions)는 스펙트라 ISP와 조합돼 이미징 처리 작업을 돕는다.

LTE-U 지원, 최대 다운로드 속도 600Mbps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스냅드래곤 820을 탑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통신 기능 때문이다. 스냅드래곤 820에는 카테고리12(CAT12)급 다운로드(최대 600Mbps) 및 CAT13급 업로드(최대 150Mbps)를 지원하는 새로운 X12 롱텀에볼루션(LTE) 모뎀 기능이 내장된다. 퀄컴이 올해 초 발표한 X12 LTE 모뎀 솔루션(모델명 고비 9x45)의 최대 다운로드 속도는 450Mbps, 업로드 속도는 100Mbps였으나 최근 회사 측은 통신 성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스냅드래곤 820에 내장되는 통신 모뎀의 다운로드 속도가 기존 450Mbps에서 600Mbps로 높아진 배경은 LTE U(Unlicensed)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스냅드래곤 820과 WTR3950 트랜시버가 결합된 스마트폰은 LTE U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LTE U란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LTE 주파수 대역과 함께 비허가(Unlicensed) 대역인 5GHz 무선랜 주파수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820이 LTE U 기술의 한 종류인 LWA(LTE and Wi-Fi Link Aggregation)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LWA를 활용하면 LTE와 무선랜 대역폭을 통합, 통신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스냅드래곤 820이 LTE U를 공식 지원하게 되면서 통신 업계 역시 관련 기술을 적극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LG유플러스가 LTE U 통신 기술을 시연한 바 있다. 미국 시장에선 버라이즌이 LTE U를 도입하기 위해 인프라 구축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즉, 통신사가 LTE U를 도입하기 시작하면 스마트폰 업체들은 이를 지원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LTE U 솔루션은 퀄컴만이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퀵차지 3.0, 악성코드 방지 기능도 탑재

스냅드래곤 820에는 35분 만에 최대 85%까지 충전이 가능한 퀵차지 3.0 기능도 탑재된다. 퀵차지 3.0에는 지능형 최적 전압 관리(Intelligent Negotiation for Optimum Voltage, INOV) 기술이 적용돼 있다. INOV는 발열을 감지, 감안해 최대한 빠르게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로 최저 3.6볼트(V)에서 최대 20V까지 200mV 단위로 전압이 자동 설정된다.

모바일 기기의 악성코드를 감지, 없애주는 기술인 스마트 프로텍트 기술도 내장될 예정이다. 스마트 프로텍트는 퀄컴의 제로스(Zeroth)를 활용한다. 제로스는 학습 능력에 기반을 두고 있는 퀄컴의 독자적인 인지 컴퓨팅 기술이다. 스마트 프로텍트는 기기가 네트워크에 물려 있지 않더라도 악성코드 감염 여부를 알려줄 수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와 모바일 악성코드 방지 앱 업체들은 스마트 프로텍트의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통해 각종 분석을 실행, 비정상적인 동작 원인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하드웨어에 기반을 둔 기술이어서 안드로이드와 같은 운영체제 자체가 손상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기기의 핵심 요소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퀄컴은 오는 11월경 스냅드래곤 820의 구체적 사양과 성능 수치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칩이 탑재된 스마트폰은 내년 1분기 출시될 예정이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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