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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뱅크’로 '인터넷전문은행' 견제 나서는 은행권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서비스에 대응하기위해 준비한 은행권의 '‘모바일뱅크' 서비스 브랜드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우리은행의 위비뱅크가 시장의 호평속에 첫 테이프를 끊은데 이어 KEB하나은행의 1Q뱅크, 신한은행의 써니뱅크 등이 차례로 선보였고, 지난 17일에는 지방은행중에서는 처음으로 DGB대구은행이 '아이M뱅크'를 선보였다.

대구은행 스마트금융부 관계자는 “5개월간의 작업끝에 이번 '아비M뱅크' 서비스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BNK부산은행도 모바일뱅크를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 1분기중 중금리대출을 골자로 한 모바일뱅크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물론 지금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조금씩 시차를 두고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이같은 '모바일 뱅크' 서비스는 흔한 보편적인 서비스가 된다. 과거 20년간의 국내 은행권의 전자금융및 스마트금융 진화의 역사를 보면 그렇다.

그 시점은 길어야 앞으로 1년 정도로 보인다. 빠르면 내년 상반기중으로 거의 모든 은행권에서 모바일뱅크 브랜드를 출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강력한 진화로 비즈니스 모델이 구현된 태블릿 기반의 ODS(아웃도어세일즈), 또 점포의 창구인력을 줄이고 셀프뱅킹을 강조한 2012~2013년의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 경쟁도 결국은 보편화된 서비스가 됐다.

최근 몇몇 은행에서 선보인 모바일뱅크 서비스의 경우, 제공되는 기능과 금융상품의 포트폴리오, 서비스의 종류, 신상품 출시 이벤트까지 여러면에서 유사하다.

이처럼 보편화된 서비스가 된다는 것은 모바일뱅크가 은행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는 ‘황금알 낳은 거위’가 아니라는 말처럼 들린다.

◆‘모바일뱅크’ 의 진화, 혁신 그 이상의 의미= 지난 십수년간 은행권은 인터넷뱅킹, VM기반의 모바일뱅킹,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뱅킹, 태블릿PC를 활용한 태블릿 브랜치, 스마트브랜치 등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금융' 서비스 모델을 선보였다. 이들은 기존 오프란인(창구)을 대체하는 기능 중심 혁신의 결과물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장 수익성을 크게 따지기보다는 혁신성에 초점을 맞췄다.

고객입장에서는 보다 스피디하게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됐고, 은행 입장에선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감축시킬 수 있는 대안을 꾸준히 찾는 과정이었다.

앞서 신한은행이 이달초 선보인 '디지털 키오스크'는 기존 창구업무의 90% 이상을 고객 스스로 처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점포 인력을 대체하기위한 가장 진화된 셀프뱅킹(Self Banking) 모델이다.

디지털 키오스크의 경제성 확보, 고객의 거부감 극복, 기능상의 문제점 보완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힐 수 있겠지만 비대면 본인 확인 프로세스를 국내 처음으로 기술적으로 완성시켰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모바일뱅크 서비스도 역시 기능면에서는 기존보다 더 진화됐다. '생체인식'을 활용한 서비스 모델의 확장은 획기적이다. 고객이 스마트폰을 구입할 경우 본인의 지문을 등록할 수 있는데, 이를 본인 인증확인 수단으로 채택해 금융거래에 활용하는 것이다.

대구은행도 '아이M뱅크'서비스에서 지문인식을 활용한 비대면 실명인증시스템을 적용할 방침이다. 대구은행 고객이 아니더라도 지문인식을 통한 본인확인과 함께 신분증을 촬용한 사진 전송, 타은행 계좌확인 방식 등을 혼용해 신규거래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본다면, 모바일뱅크 서비스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지문인식, 홍채인식, 정맥인식과 같은 기술적인 측면이 아니다. 단지 기능의 업그레이드에 불과할 뿐이다. 오히려 기술적인 혁신성으로 본다면 기존의 스마트 브랜치, 태블릿 브랜치가 오히려 더 뛰어나다.

모바일뱅크 서비스의 독특한 특징은 기능의 혁신성보다는 서비스의 내용, 즉 금융상품의 본질적인 경쟁력에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혁신 기능보다는 본질적인 서비스 경쟁에 집중 = 모바일뱅크 서비스는 기존의 여러 스마트금융 모델과는 좀 다르다. 기존 스마트금융 모델들보다는 훨씬 위협적이다.

특히 모바일뱅크 상품의 경쟁력측면에서 기존 상품과 비교해 뚜렷한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은행권은 모바일뱅크 서비스에서 공통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중금리대출'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촤근 내수 경기의 침체, 기업의 실적악화, 또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경기의 악화, 그리고 부동산 경기 악화와 가계부채의 부실화 가능성 등은 은행권을 심각하게 압박하는 불안 요인이다. 결국 은행권도 리스크룰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중금리대출 시장에 눈을 뜰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한은행 모바일뱅크 서비스인 ‘써니뱅크(Sunny Bank)’는 간편성은 높이고 수수료는 낮춘 ‘Sunny 간편 해외송금 서비스’, 빅데이터 기반 소득추정 기법을 적용해 무서류로 신청 5분내 승인이 가능한 ‘Sunny 모바일 간편대출’, 스마트워치로 사용하는 뱅킹 서비스인 ‘Sunny Watch’ 등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탑재되며, 신한은행 고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기존 은행에서 집중하지 않던 5~7등급 대상 중금리 대출 상품을 제시했다. 신한은행 고객 여부와 상관없이 타행인증서, 비대면 실명확인으로 대출승인 후 계좌개설 가능하도록 했다.

대구은행도 이번 모바일뱅크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e-스타트론으로 명명된 중금리 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영업점 방문없이 신용대출을 신청 당일에 받을 수 있는 연리 5~9%이며 대출한도는 1000만원이다.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승리하기위해서는 상품의 구성못지않게 은행 자체의 여신관리시스템과 리스크관리시스템의 기능이 좋아야한다. 빅데이터의 분석과 추출, CRM의 활용도 뒷받침돼야한다.

그렇다보니 모바일뱅크 서비스는 보다 '개인화된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대구은행은 이번 '아이M뱅크'를 출시하면서 개인화된 '모바일 지점' 기능에 특화했다.

개인 고객이 평소 애용하는 지점을 어플내에 검색하면 온-오프라인과 병행해 은행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구은행은 이 기능을 특허 출원했다고 밝혔다.

모바일 1호점인 독도지점의 경우, 독도와 관련이 있는 고객들은 독도사랑예금, 독도사랑카드 등 관련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또한 경북대 등 현지 주요 대학의 학생들도 개인화된 금융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한편으론 이를 통해 모바일뱅크의 온-오프라인의 이질감을 줄이는 효과도 노린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결전 앞두고, 은행권 선제공격? = 은행권이 모바일뱅크를 앞세운 '중금리대출'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들어가는 것은 한편으론 빠르면 내년에 출범하게 될 인터넷전문은행을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전략적 의미도 매우 크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수개월전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해 모바일뱅크 서비스를 통해 대응전략을 만들어 왔다” 며 “비대면채널을 통한 본인인증 방법만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기존 은행들의 우위가 예상된다” 고 말했다.

단순히 중금리대출 시장이 모바일뱅크와 인터넷전문은행때문에 마련된 틈새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격전장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고유의 사업모델로 P2P대출, 클라우드펀딩, 간편지급결제, 외화송금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꼽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 이 부분에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공격적으로 보폭을 가져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시중은행 스마트금융팀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기본적으로 은행이다. 은행의 대외 건전성 지표가 되는 바젤(국제결제은행)기준 적용이 기존 은행에 비해 낮은 수준에서 적용되지만 리스크관리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만큼 대출을 공격적으로 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을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초기에는 은행들과의 제휴를 통해 '방카슈랑스' 등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상품위주로 영업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 높게 나오고 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은 신생 은행들이 IT인프라를 완비해 빠르면 내년 하반기에 선을 보인다해도 핵심적인 수익모델인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기존 은행권의 '모바일뱅크'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은행권 일각에선 모바일뱅크가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인터넷전문은행을 고사시켜버릴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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