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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핀테크 스타트업 새로운 큰손으로 부상…VC투자 대체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지난해 벤처캐피탈(VC)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자금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핀테크 업체들이 올해는 금융사들의 투자에 기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VC들의 투자 정책 기조 변화와 국내외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예전만큼 VC주도의 핀테크 업체들에 대한 투자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금융사들이 핀테크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VC의 바통을 금융사들이 이어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핀테크 업체들은 VC를 비롯한 다양한 IT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바 있다.

다음카카오가 증권 빅데이터 분석 핀테크 업체인 ‘두나무’에 직접투자하고 P2P 대출 플랫폼 ‘어니스트펀드’는 옐로금융그룹, 세틀뱅크, 티켓몬스터 등에게 투자를 유치했다. 이밖에 ‘오픈트레이드’, ‘와디즈’ 등 크라우드 펀딩 업체들에 대한 투자유치가 두드러졌다.

해외 VC의 투자도 이어졌다. 벤처연합 500V(오백볼트)의 핀테크 자회사인 에너지세븐이 영국 펀드운용사 아케론캐피탈로부터 3000만 달러(약 3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KTB솔루션은 홍콩 사이언스 파크에서 HKSTP 어워드를 수상하며 HKSTP 입주, 글로벌 투자 유치, 최대 24만 달러까지 자금을 지원받게 됐다.

하지만 올해 VC들의 투자는 지난해와는 다른 구도로 전개될 것이란 게 VC업계의 관측이다.

홍병철 레드헤링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핀테크 등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이 9569억원에 달했다. 이는 2000년도 상반기 인터넷 버블이었던 1조2800억원 이후 최대치”라며 “하지만 최근 글로벌 VC의 투자액수가 30% 줄고 투자 빈도도 13% 주는 등 VC의 투자 움직임이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VC업계 관계자도 “올 한해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시작하자는 것이 내부 분위기”라고 전하기도 했다.

올해 모태펀드의 정부 예산이 지난해 대비 70% 넘게 줄어든 것도 VC들의 투자위축을 불러올 전망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모태펀드 정부 예산은 1010억원으로 지난해 3961억원에 비해 74.5%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태펀드는 그동안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를 견인하는 원동력으로 자리해왔다. 모태펀드를 마중물로 VC들의 투자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모태펀드 예산을 삭감하면서 이러한 원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VC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VC들의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VC발 핀테크 스타트업 투자가 겨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적어도 핀테크 스타트업체에게는 VC에 이어 금융사들이 새로운 엔젤투자처로 등장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지주 경쟁력 강화방안’에 따른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을 완료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금융지주가 자회사 등으로 둘 수 있는 금융밀접업종의 범위가 핀테크, 부동산투자회사 등 금융·실물융합업종으로 대폭 확대되며 각 금융그룹 차원에서 운영 중인 핀테크 지원센터 및 운영프로그램에서 발굴된 우수기술 업체에 대해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직접적인 지원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핀테크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간접지원을 해왔던 금융사들의 직접 지원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 간편송금 서비스인 ‘토스’를 제공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KTB네트워크, 알토스벤처스, IBK기업은행에서 총 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으며 P2P 대출 업체인 ‘어니스트펀드’는 최근 신한은행으로부터 1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어니스트펀드는 신한금융그룹의 ‘신한퓨처스랩’ 1기 멤버로 지난해 7월 신한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바 있으며, 심리분석기반 신용평가모형(PSS) 및 리스크 관리 기술력을 인정받아 신한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는데 성공했다.

홍병철 레드헤링 대표는 “올해 핀테크에 대한 은행들의 지원은 계속 될 것이다. 일반VC의 투자비중은 낮아지고 금융사의 직접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해외도 영국은 지난해 핀테크 투자가 100억 달러 이상을 넘는 등 금융사가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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