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평창동계올림픽, 네트워크는 ‘중국산’ 잔치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2년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네트워크 장비 부문 공식 후원사 선정에 중국업체인 화웨이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와의 협상에서 큰 이견이 있지 않는 한 변동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네트워크 장비 사업자는 주관 통신사업자로 계약한 KT와는 별도로 선정됐다.
이변이 없으면 화웨이 장비는 강릉, 정선, 평창 등 대회가 치러지는 10여개 경기장과 선수촌, 미디어촌, 개폐회식장, 사무실, 기술관제센터(TOC) 등의 정보통신 서비스를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화웨이는 인프라 구축·운영·기술지원까지 모두 담당하게 됐다. 국내에서 치러지는 이번 국제대회 정보통신 인프라를 중국 장비 일색이 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화웨이는 전세계에 자랑할만한 레퍼런스를 얻게 됐다.
만일 국산장비가 활용됐다면 국내기업의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이 될만한 사례가 된다. 대회기간 검증된 ICT 제품과 서비스는 국가 차원의 수출 확대전략에도 활용할 수 있다.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 국제 대회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 인프라가 아주 중요하다. 고속의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과 안정적인 운영, 고도의 보안성까지 갖춰져야 한다. 대회가 치러지는 데 있어 ICT 기술을 활용해 많은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이고 각국 선수들과 대회운영 관계자, 취재진, 관람객들까지 대거 몰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평창동계올림픽은 5G 이동통신 세계 최초 상용화부터 사물인터넷(IoT), 홀로그램 등 실감형 기술, 차세대 방송·미디어 서비스까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최첨단 ICT 융합 서비스를 시연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때문에 사실상 ‘ICT 올림픽’으로서 관심이 큰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ICT 올림픽으로 개최해 대한민국 창조경제의 핵심인 정보통신기술력을 전세계에 알리고 국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는 포부다.
많은 국내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중소중견 규모 업체 위주의 네트워크·정보보안 산업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 그림의 떡이다. 기회가 차단됐던 것은 아니지만 여력이 없는 탓이다.
중견중소 업체 위주의 네트워크·보안장비 산업계에서 단일업체가 대규모 후원금을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금뿐 아니라 현물로도 대규모 후원이 가능해야 한다. 또 공급되는 장비에 많은 할인율을 적용해 사업비 예산을 대폭 절감할 방안을 제시하기도 힘들다.
네트워크 장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당초 예상된 현물과 현금을 포함한 후원규모는 200억 수준이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스위치 장비로 영업이익이 가장 높은 유비쿼스의 작년 한 해 거둔 영업이익 규모에 가깝다.
사업자 선정과정을 둘러싸고 여러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직위는 참여업체들에게 사업비와 후원금을 제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사전에 예상사업비와 후원금에 대한 기준이 구체적으로 고지되지 않았고 제안 참여규정도 미비해 이번 사업에 참여의향을 가진 업체들도 고전했다는 후문도 나돈다.
업체들이 예상했던 규모와 조직위에서 필요로 하는 후원규모 사이에 차이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 장비업체뿐 아니라 IT서비스 업체도 참여해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IT서비스 업체들 사이에서는 네트워크 사업자를 꼭 장비업체로 선정해야 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수많은 장비가 공급·구축·운영되는 상황에서 특정장비의 기술력뿐 아니라 대규모 사업 경험과 기술지원 경험도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큰 만큼 대회 전부터 수많은 사전 시험을 거쳐야 한다. 수행업체의 대회기간 돌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대규모 시스템통합(SI)·네트워크통합(NI) 경험을 가진 곳이 적합하지 않냐는 게 IT서비스 업계의 목소리다.
무엇보다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예산절감과 후원 비중이 크다보니, 특정부분에 강점을 가진 국내 중소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후원사’를 선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술 검증만 된다면 예산절감 방안을 제시하고 후원 비중이 큰 기업에 기회가 돌아온다.
‘네트워크’ 부문에서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중국산 잔치’가 되게 됐다. 국제 대회인만큼 특정 국적의 기업이 선정된 것으로 문제를 삼을 수는 없다. 그저 국내에서 치러지는 큰 스포츠 이벤트에 국내 IT·네트워크·보안 산업계가 참여할 수 없는 구조가 안타깝다. 특히 네트워크 산업계 입장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그저 씁쓸할 뿐이다.
<이유지 기자>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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