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바르셀로나,가우디 그리고 MWC

윤상호
- MWC2016, 무엇을 남겼나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다. 가우디는 자연에서 착안한 곡선을 건축의 영역으로 흡수해 독보적 영역을 개척한 인물이다. 사그라다파밀리아성당, 구엘공원 등 그의 건축물을 보러 수많은 관광객이 바르셀로나를 찾는다. 가우디의 작품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만 7개다. 바르셀로나 시내와 근교에 있다.

하지만 그의 건축물은 그가 살아있던 시절엔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구엘공원은 원래 주택단지로 설계했지만 분양에 실패해 공원이 됐다. 카사밀라는 집주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건축비를 지불하지 않았다. 카사바트요는 해골 모양 테라스 등이 흉물스럽다고 구설수에 시달렸다. 사그라다파밀리아성당은 재정난에 공사가 지연되기 일쑤였다. 가우디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노숙자로 오인돼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바르셀로나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도시기도 하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주최하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는 11년째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ICT의 주요 흐름은 바르셀로나에서 꽃을 피웠다. 물론 업계 전반에 이단아 취급을 받았던 기술과 제품이 다른 기회를 통해 빛을 발한 사례도 있다. 스마트폰과 OTT(Over The Top) 서비스가 그랬다. 그러나 가우디가 바르셀로나를 먹여 살리고 있는 것처럼 스마트폰과 OTT도 MWC의 주류가 됐다.

MWC2016에선 ‘모바일은 모든 것이다(Mobile is Everything)’를 주제로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중국 업체는 5G를 통해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가 되겠다는 각오다. 국내 통신사가 5G 20Gbps 첫 시연으로 신경전을 벌일 때 화웨이는 70Gbps 속도 시연을 했다. ZTE 레노버 등은 특별한 스마트폰 신제품이 없었지만 삼성전자 LG전자만큼 전시관이 북적였다. 지금은 변두리 전시관이지만 인도 업체도 세계 시장을 노리고 MWC를 찾았다. 한국 중국이 걸었던 길이다. 일본 업체는 명맥만 유지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등 한국 기업이 살아남고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5G도 IoT도 VR도 남보다 먼저 남보다 뛰어난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우디가 살았던 시절 전 세계엔 수많은 건축가가 있었다. 가우디는 전 세계에 족적을 새겼지만 그들은 그렇지 못했다. 우리만의 독창성이 없으면 언젠가 따라잡히고 경쟁에서 밀려나기 마련이다. 그것이 MWC2016이 바르셀로나가 우리에게 던진 화두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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