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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주요 기업, 인공지능(AI) 패권 각축…한 발 늦은 한국

최민지

-인공지능 기반 4차 산업혁명, 구글·IBM 등 글로벌 기업 준비태세
-한국, 지능정보기술 선점 전략 내달 공개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의 대국을 앞두고 최근 인공지능(AI)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지능정보기술은 4차 산업혁명(2차 정보혁명)을 이끌 주요 원동력으로 꼽혀왔다.

실제로 미국·중국 등 주요 각국과 구글·IBM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지능정보기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하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능정보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13년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고 10년간 30억달러를 투자키로 결정했다.

구글은 지난 14년간 인수합병을 위해 280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특히 지능정보산업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구글은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구글은 자율주행차 49대로 시범 주행을 수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학습을 위한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IBM은 자연어 소통 슈퍼컴 ‘왓슨’에 10억 달러를 투자, 금융 및 의료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왓슨은 의사를 대신해 축적된 데이터로 가장 적합한 처방을 제시해준다. 또, 바이두는 실리콘밸리에 3억달러를 투입해 딥러닝 연구소를 설립했다. 일본계 자동차회사인 도요타는 10억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 연구소를 세웠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투자 실적도 저조할 뿐만 아니라 이렇다 할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소·벤처 기업도 전무하다. 지금이라도 벌어진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한국은 4차 산업혁명 때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론까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김광수 미래부 정보통신정책과장은 “지능정보기술 산업은 축적된 데이터가 주효하기 때문에 후발주자는 선발주자를 이길 수 없다”며 “다행히 아직 선두는 있으나 글로벌 주도는 없는 각축장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늦긴 했으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능정보기술은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과 결합해 로봇·무인자동차 등 신사업을 창출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로 구현된다. 대기업의 데이터센터 규모의 컴퓨팅 파워와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학습시킬수록 서비스 수준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는 전통적 산업 내 기업이 아닌 ICT 기업들이 변화를 주도할 수밖에 없다.

무인자동차만 살펴봐도 이런 변화의 흐름은 감지할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구글이 무인자동차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은 완전 자율주행차 수준으로 수준을 확대하겠다고 했으나, 구글이나 중국 바이두에 비하면 데이터 보유 수준은 미미하다.

구글은 무인자동차 관련 데이터를 계속 모아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을 키우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의 브랜드 대신 ‘구글차’로 부르는 것도 구글의 기술경쟁력이 무인자동차 수준을 결정짓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등 국내 검색 엔진 서비스도 위기에 직면했다. 애플 ‘시리’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 등은 지능형 개인비서 서비스를 공개했다. 기존에는 스마트폰으로 웹브라우저 또는 앱을 통해 네이버에 접속했으나, 이제 개인비서서비스를 통해 음성인식만으로 영화 예매부터 각종 일상생활 업무 등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개인비서서비스의 선택권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과연 네이버 등 국내 기업의 앱을 활용할 것이냐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결국 국내 기업의 생존 문제가 달려있는 것이다.

김 과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받는 기술 분야 순위 1위가 인공지능 분야”라며 “우리나라는 이제 대학 실험 수준에서 시도하는 정도며, 대기업들은 관심만 많은 수준이라 본격 투자는 없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지능정보기술은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위기다. 지능형 소프트웨어어와 인력, 데이터 인프라 등 기술력과 산업적 기반이 미약한 상태에서 지능정보기술이 보편화되면 후발주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AI 등이 발전 중인 분야고 뚜렷한 글로벌 주도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 기회는 있다.

높은 로봇 수용환경과 우수한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고,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원동력으로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능정보기술의 전략적 육성을 위해 내달 ‘기업형 지능정보기술연구소’ 설립추진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또, 지능정보기술 확보를 위해 3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플래그쉽 프로젝트를 추진할 방침이다.

김 과장은 “시기를 맞추지 못하면 따라갈 수 없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며 “민관이 협력해 대응 전략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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