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인공지능에도 왕도는 없다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9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시작됐다. 이번 인간과 인공지능이 펼치는 세기의 대결에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결과를 떠나서 이번 대결로 인해 인공지능에 대해서 재조명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동안 인공지능은 SF영화에서나 체감할 수 있었던 현실과는 동떨어진 기술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최근 ‘빅데이터’가 사회적인 화두로 등장하면서 데이터와 분석에 대한 기업은 물론 일반인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과 같은 데이터 분석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아직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화제가 되고 있는 구글 알파고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머신러닝은 말 그대로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처럼 학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선 기계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대한 승리를 자신하던 이유도 알파고가 충분히 학습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머신러닝이 그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학습에 필요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점은 머신러닝과 데이터 분석을 기업에 적용하기 위해선 그만큼 서둘러야 한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를 구축한 바 있는 금융사들은 시스템 고도화를 준비하고 있다. 시스템을 운용하면서 쌓인 데이터를 통해 새롭게 가다듬고 주의해서 분석해야 할 데이터가 무엇인지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파일럿 사업을 진행했던 은행권들도 새롭게 빅데이터 도입을 타진해 볼 사업 분야를 발견해내고 적용하는 과정에 들어가 있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 적용을 통해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해야 완성도가 높아진다. 인공지능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경험’을 쌓는 만큼 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외국의 IT기업과 유통기업들은 이미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통해 소비자나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조직적인 문제와 규제 탓에 이러한 움직임에 한 발 늦게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공지능, 머신러닝, 빅데이터가 만능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데이터 분석에 대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발 늦은 행보는 경쟁에 뒤쳐질 수 밖에 없다.
공부에는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공부에는 왕도도 없다. 이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데이터 분석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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