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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고 불안하고’ 700MHz 외면…저대역 황금주파수 의미 퇴색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효율성이 좋아 황금주파수로 평가받던 700MHz 주파수가 유찰됐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주파수 경매가 8라운드만에 종료됐다. 주말을 쉬고 2일 재개된 경매에서 아무도 입찰을 하지 않았다. 첫날 마지막 이었던 6라운드를 마지막으로 경쟁이 멈췄다. 결국 2개 라운드 연속으로 입찰자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경매도 종료됐다.

이번 주파수 경매에 나온 주파수는 ▲700MHz 40MHz폭(A블록) ▲1.8GHz 20MHz폭(B블록) ▲2.1GHz 20MHz폭(C블록) ▲2.6GHz 40MHz폭(D블록) ▲2.6GHz 20MHz폭(E블록)이 대상이다. 최저경쟁가격은 ▲A블록 7620억원 ▲B블록 4513억원 ▲C블록 3816억원 ▲D블록 6553억원 ▲E블록 3277억이다.

SK텔레콤이 D, E 블록을 차지했고 KT는 B블록을, LG유플러스는 C블록의 주인이 됐다. 하지만 저대역 황금주파수로 불리던 A블록 700MHz는 이동통신 3사 어느곳에서도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번 700MHz 주파수는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전환으로 나온 대역이다. 700MHz를 비롯해 1GHz 이하 대역의 저대역 주파수는 전통적으로 투자비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고 회절성, 침투성 등이 좋아 '황금주파수'로 불리웠다.

하지만 이번 경매에서는 높은 최저경쟁가격, 설익은 생태계, 방송 등 여러 서비스 이용시 발생할 수 있는 혼간섭, 예전에 비해 엄격한 투자이행의무 등의 우려로 인해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경매에서 1개 사업자가 최대 확보할 수 있는 주파수는 광대역, 협대역 각각 1개씩이다.

이통3사 모두에게 가장 인기가 높았던 대역은 2.1GHz 였다. 40MHz폭은 아니지만 이통3사 모두 기존 대역과 붙여 광대역화 할 수 있기 때문에 광대역 주파수로 분류됐다. 생태계 측면에서도 LTE 서비스하기에 좋은 대역이다. 하지만 미래부는 연말 SK텔레콤과 KT의 재할당대가와 이번 경매가격을 연동시켰다. LG유플러스가 가장 부족하다는 점에서 수요도가 가장 높았다. SK텔레콤 KT도 필요했지만 가격이 올라갈 경우 연말 재할당대가가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그림의 떡이었다. 결국, 예상대로 2.1GHz의 주인은 LG유플러스가 됐다. 가격도 오르지 않았다.

2.1GHz를 제외하면 2.6GHz 대역이 이통3사 공통적으로 인기가 높았다. 2013년에는 찬밥신세였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용도가 높아지면서 가치도 자연스레 상승했다. 2.6GHz 대역의 경우 복수의 사업자가 경합을 벌였다. SK텔레콤과 KT만 경합을 벌였을수도, LG유플러스도 참전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어찌됐든 누가 몇 라운드에 얼마를 써냈는지는 밝히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이 대역에서만 가격이 상당수준으로 올라갔다.

LG유플러스의 경우 2.1GHz 대신 2.6GHz 광대역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었다. 경쟁사들도 그러한 가능성을 우려해 경매전 2.6GHz에 LG유플러스 입찰을 배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 같은 주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친 곳은 SK텔레콤. 결국 SK텔레콤이 해당 대역을 가져갔고 광대역 2.6GHz가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마지막 남은 광대역 700MHz의 경우 향후 재난통신망 구축 등을 감안할 때 KT가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다. 최저경쟁가격에 가져갈 수 있었지만 KT는 입찰하지 않았다. 과거 KT는 900MHz 주파수 혼간섭 문제로 곤욕을 치룬 바 있다. 900MHz 학습효과가 700MHz 확보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아직 이동통신용도로 활발히 이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일정대로 투자는 진행해야 한다.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인접대역인 1.8GHz만으로도 일정기간 트래픽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렸을 것이다. 경매전까지 이통3사가 보유한 LTE 주파수는 KT가 85MHz폭으로 가장 많았다.

어찌보면 KT는 합리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LTE 시대에서는 저대역이라고 무조건 황금주파수가 아니다. 과거 같았으면 주파수는 ‘다다익선’이었다. 사용하지 않아도 무조건 확보하고 봤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KT는 1.8GHz 확보로 해당 대역에서 총 55MHz폭을 확보했다. KT는 "1.8GHz 인프라에 초광대역 LTE를 바로 적용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품질제공으로 고객 체감품질 향상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KT가 말한 초광대역 서비스는 주파수 집성기술(CA)를 기존 40MHz에서 60MHz폭까지 늘린 4밴드 LTE를 의미한다. 비싸고, 이용에 다소 걸림돌도 있는 저대역 주파수를 확보하느니 붙여서 바로 이용하고 마케팅에도 도움이 되는 1.8GHz 확보에 만족했다.

주파수 기술의 발전과 사업자들의 다양한 전략으로 전통적인 저대역 황금주파수 가치도 점차 퇴색되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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