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구글…지도데이터 여론악화에 공정위조사 겹쳐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구글코리아의 지도 데이터(DB) 국외 반출 신청이 제 발목을 붙잡았다. 구글이 ‘한국 개발자들과 스타트업들의 성공을 돕겠다’며 여러 차례 간담회를 진행하고 구글 캠퍼스 서울을 여는 등 국내에서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으나 지난 6월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 이후로 여론이 좋지 못하다.
얼마 전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공식석상에서 구글을 겨냥해 ‘세금을 내고 공정하게 경쟁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데 이어 지도 데이터 국외 제공에 대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반대(56.9%) 의견이 찬성(22.0%)을 압도했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구글코리아의 시장 지위 남용과 관련해 현장조사까지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정위의 움직임에 업계 이목이 집중돼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구글에 4조원 이상의 대규모 과징금을 매길지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어 국내외에서 코너에 몰린 셈이다.
◆“국내에 지도 서버나 데이터센터 두면 세금추징 근거될 수 있어”=구글코리아는 지도 DB 서버를 국내에 두는 것과 상관없이 국외 반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클라우드 시스템 상 분산 저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내 서버 유무는 세금 추징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부분은 구글코리아가 ‘고정사업장’인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장소와 기간적 개념 등 사전적 의미 외에도 고정사업장에 대한 판단은 ‘본질적이고 중요 사업 활동을 벌이는지’가 관건이 된다. 관련해 업계에선 ‘마케팅과 영업 활동 위주인 구글코리아를 고정사업장으로 볼 수 있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코리아가 국내에 서버나 데이터센터를 두게 되면 이에 대한 판단이 명확해질 수 있다.
물론 법원이 판단을 내려야 할 부분이나 한 기업체 법무팀에 문의한 결과, “구글코리아가 국내에 지도 서버나 데이터센터를 두면 세금추징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답을 받았다.
즉 국내 서버를 두거나 데이터센터를 두게 되면 향후 지도 등에 대한 핵심적인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위한 것으로 법적 해석이 가능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세금 추징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출에 대한 합당한 세금을 걷으려면 핵심 서비스에 대한 서버를 위치시키는 것은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법무팀에선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다. 현재 구글코리아의 검색광고나 구글플레이 등 온라인 서비스를 통한 대부분의 거래는 국외 사업장으로 매출이 잡힌다.
◆이해진 의장도 국회도 “서버 두고 경쟁하라”=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국가 룰이 있고 국내에 서버가 있어야 하는데 구글 같이 자금이 있고 기술력이 있는 회사가 자기 서버 기술 상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법을 바꾸라고 주장하고있다”며 구글을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 의장은 ‘불공정한 경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돈을 벌면 세금도 내야 하는데 세금 안낸 것을 다시 혁신에 쓰면 가뜩이나 (네이버와) 차이가 나는데 불공정한 것이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1일엔 국회에서도 구글의 지도데이터 반출 신청에 대해 쓴 소리가 나왔다.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은 국회 비대위 회의에서 “지도 데이터는 우리의 안보 자산이자 무인자동차, 증강현실 등이 주축이 되는 미래산업의 원유와도 같다”며 “이를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아무 조건 없이 넘겨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또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기업이나 애플, 바이두 등 해외 기업들은 이미 안보 시설을 제외한 지도를 조건부로 이용하고 있다”며 “그런데 유독 구글 등 일부 기업만이 지도의 국외 반출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 의원은 “일각에선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고 기존 조건부 지도를 쓰면 해결 될 일임에도 법인세 등 세금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위해 지도 국외 반출을 원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전했다.
◆‘3년 전 무혐의 판결’ 공정위, 이번엔 다를까=EU 집행위원회가 구글에 과징금을 물릴 조짐을 보이자 공정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구글이 다른 운영체제(OS)를 쓰는 제품을 판매하지 않도록 강요했는지 등을 자체 조사한 뒤 지난주 구글코리아 현장조사를 벌였다.
지난 2011년 네이버와 다음커뮤니케이션(현재 카카오)의 제소로 공정위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에 구글 검색엔진 선탑재(Preload) 관련 불공정 행위를 조사한 지 3년 만이다. 3년 전 공정위는 경쟁제한성과 소비자후생, 경쟁업체 방해 행위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혐의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구글 입장에서 여러 모로 좋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러시아 연방반독점청(FAS)이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로 독점적 시장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결한데 이어 유럽에서도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EU 집행위원회가 매길 과징금 규모만 우리 돈 8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그동안 외국계 기업에 관대했던 공정위지만 국내 여론도 있고 러시아나 EU 판단도 있어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내놓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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