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우리은행 민영화 논의 재점화…'우리FIS'의 운명은?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최근 우리은행 민영화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시기적으로 우리은행 민영화에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고, 여기에 올해 상반기 실적도 놀라울 정도로 양호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주가의 흐름도 현재 양호하다. 우리은행 주가가 주당 1만2000원 이상으로 회복돼 손실을 없애는 것이 정부로서는 최선의 시나리오지만 현재의 주가 수준도 시장 상황에 비춰볼때 민영화 추진에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정부(예금보험공사)가 가진 우리은행 지분은 51.6%. 이중 정부는 20~30%를 여러 과점 주주에게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실적발표에서 2조7993억원의 순영업이익, 516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특히 4818억원의 비이자이익을 거둬 내용면에서도 알차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은행의 민영화와 관련해, 반드시 고려해야할 변수중 하나는 IT부문이다. 그리고 우리은행 IT를 책임지고 있는 IT자회사인 우리FIS의 거취도 어떤식으로든 결론지어져야 한다.

향후 현재 우리FIS는 직원수 450여명이며, 우리은행과의 계약을 통해 IT부문을 토털 아웃소싱하고 있다. IT기획을 제외한 우리은행 IT 개발및 운영을 우리FIS가 전담하고 있다.

◆우리은행으로의 흡수, 사실상 2018년까지는 불가능 = 우리은행 민영화는 자연히 우리FIS의 주인도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현재와 같이 우리FIS가 IT자회사의 형태로 계속 남느냐, 아니면 원래 계획했던대로 우리FIS가 우리은행의 ICT조직으로 흡수되느냐의 문제가 가장 핵심 사안으로 남는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014년말, 우리FIS를 우리은행으로 흡수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를 보류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전자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 우리FIS 직원들은 우리은행으로의 흡수 시나리오를 원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은행이 우리FIS 조직을 흡수하기에는 여러 정황상 쉽지않다.

무엇보다 우리FIS의 조직이 흔들려서는 안되는 상황이다. 2500억원이 투입된 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가 2018년초까지 차질없이 진행돼야하기때문이다. 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올해 4월부터 24월간의 일정으로 착수됐다.

이 과정에서 우리FIS 조직을 우리은행 ICT조직으로 흡수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 리스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단 우리은행으로의 흡수는 우리은행 차세대 프로젝트가 완료된 이후라야 고려해야 할 문제다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우리FIS가 현재와 같은 IT자회사로 남는 시나리오중 하나는 우리은행의 새주인이 누가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매수 후보자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중국계 안방보험 등 외국계 자본으로 대주주가 바뀔 경우 현재와 같은 형태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IT인프라를 해외의 본사에서 운영하는 방안은 여전히 제약이 많기때문에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IT를 지원할 수 있는 조직은 여전히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의도는 지난 7월초, 조직개편을 통해 보다 분명해졌다. 우리은행은 기존 스마트금융사업본부를 다시 확대 개편했지만 본부내 ICT조직에 대한 개편은 따로 없었다.

올해초 우리은행은 스마트금융본부를 확대 개편하면서 스마트금융부, ICT사업단, 핀테크사업부로 꾸몄으며 6개월만에 다시 플랫폼사업부를 추가했다. 그리고 플랫폼사업부내에 다시 플랫폼 제휴팀도 만들었다. 플랫폼사업부는 ‘위비뱅크’및 ‘위비톡’, 우리은행 거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오픈마켓인 ‘위비마켓’을 접목하여 차별화된 모바일플랫폼 구축과 운영을 담당하게 된다.

우리은행 민영화로 인한 물리적인 변화가 있기전까지 우리은행은 기존대로 스마트금융 부문 조직을 강화하고 기존 IT조직의 운영은 우리FIS를 자회사로 놓는 이원화 방식이 굳어지고 있다.

◆'세어드 서비스 센터' , 다시 부상할까 = 우리은행 민영화는 국내 금융시장의 판도를 다시 한번 바꿀 수 있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민영화 이후, 예전처럼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형 금융그룹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우리FIS도 다시 예전처럼 그룹 IT를 토털 아웃소싱으로 지원하는 역할, 즉 셰어드 서비스 센터의 역할로 회귀하는 시나리오도 점쳐볼 수 있다. 아직 고려해야할 변수가 많지만 우리은행 주변에선 의외로 이 시나리오에 주목하는 견해가 많다.

IT자원을 공유해서 일괄적으로 고품질의 표준화된 IT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셰어드 서비스 센터'방식의 장점이다. 그러나 정서적으로 IT조직의 통합에 대한 반발때문에 그동안 여러 금융지주사들에서 시도했으나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국내 금융권에선 우리FIS가 거의 유일한 성공모델로 꼽힌다.

주목할만한 변화는, 최근 비대면채널과 모바일뱅킹 등의 급부상으로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IT전략이 점차 통합서비스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고, 그룹 IT조직 운영전략도 사실상 '셰어드 서비스 센터'방식에 무게들 둘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박기록
roc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