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숫자말고 내용을 봐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통신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콘텐츠 투자계획 준수 등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종편사업자 3곳(조선방송, JTBC, 채널A)에게 각각 과징금 45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이들 종편은 당초 약속했던 콘텐츠 투자계획을 이행하지 않았다. 약속한 투자계획 대비 실제 이행률은 JTBC의 경우 48%에 불과했고 채널A는 73.2%, 조선방송이 82%로 가장 높았다.
얼핏 보면 조선방송이 가장 투자를 적극적으로 한 것 같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조선방송은 580억원의 투자 계획 중 476억원을 이행했다. 반면, 이행률이 가장 낮은 JTBC의 경우 무려 2425억원이나 되는 투자를 약속했다. 물론, 실적은 절반 수준인 1306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여기서 조선방송은 잘했고, JTBC는 못했다라고 할 수 있을까?
이행비율은 더 적었지만 JTBC가 집행한 투자규모는 조선방송 투자보다 3배, 채널A보다 2배 가량 많았다. 하지만 방통위는 시정명령 불이행에 대한 기준 과징금 3000만원에서 투자계획 이행률과 투자금액, 재방비율 등을 종합 고려해 50%를 가중해 종편 3사에 동일한 4500만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동일한 과징금에 대해 이행률이 높은 조선방송이 볼멘소리를 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억울한 곳은 JTBC다. 이미 조선과 동아는 BEP를 맞추고 있는데 JTBC만 과도한(?) 투자 때문에 여전히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종편의 문제로 늘 지적되는 보도편성 비율도 JTBC가 가장 낮다. 23~24%로 방통위가 권장하는 27%보다 낮다. 다른 방송사들의 보도편성 비율은 40%를 넘나들고 있다. 종편보다 보도채널 수준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투자가 선행되지 않으니 여러 패널들이 나와 신변잡기식의 프로그램이나 자극적인 시사프로그램만 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JTBC는 꾸준히 드라마도 만들고 때때로 지상파 못지않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한다. 히든싱어처럼 몇 시즌 째 이어가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도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투자가 선행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당초 6년전 종편들이 약속했던 그림에 성실히 색을 채워가는 곳은 그나마 JTBC 밖에 없다.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니 칭찬이야 할 수 없다 해도 JTBC 입장에 동일한 과징금은 오히려 억울할 듯 싶다.
전체회의서 김재홍 부위원장은 "세운 목표를 잘 이행했는지에 대한 채점 뿐 아니라 절대액수도 중요하다"며 "이행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콘텐츠 투자를 제대로 안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성실한 실패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기보다는 패자부활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고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묻기보다는 오히려 다독이고 격려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냉정한 평가와 함께 명확한 상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약속을 이행하지는 못했지만 경쟁사보다 2~3배 더 투자를 많이 한 곳에게는 징벌이 아닌 상을 줬어야 하지 않을까?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 퍼센트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실적, 내용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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