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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확률형 아이템 토론, 게이머는 빠졌다

이대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지난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확률형 게임 아이템 입법과 관련해 토론회가 열렸다. 아이템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기에 앞서 규제 우려가 있는지 살펴보는 자리였다.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전문가 4인이 나와 토론에 참가했다. 당초 2대2로 찬반이 나뉠 것으로 예상됐으나 3명이 입법보다 자율규제에 찬성의 목소리를 냈다. 1명만이 법적 가이드라인 마련을 주장하면서 자연스레 자율규제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가 됐다. 입법 여파를 우려한 것인지 조심스런 의견들이 개진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아쉬웠던 점은 게임 이용자, 게이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게임이용자의 알권리 보호를 위한 토론회’였는데도 말이다. 그들의 알권리를 논의하는 자리라면 이용자도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옳다고 본다.

게임 이용자들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게임 속 세계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모바일게임도 대단히 복잡한 구조로 설계된다. 또 다른 세계라고 보면 된다. 외부에선 게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알 수 없다. 때문에 상당시간 직접 즐겨봐야 게임이 어떤 재미를 주는지 어떻게 경제가 돌아가는지 확률형 아이템으로 과도한 결제유도는 없는지 나름의 판단을 할 수 있다.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경제적, 법적, 문화콘텐츠적 관점에서 게임산업과 확률형 아이템을 진단했다. 물론 현실 세계의 잣대로 게임을 바라본 것이다.

여기에서 게이머들의 목소리를 챙겨들어야 할 이유가 생긴다. 그들은 현실의 잣대가 통하지 않는 게임 속 세계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직접 구매하고 경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논의에 있어서 진짜 전문가로 볼만한 이유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입법 추진도 게이머들의 불만으로 촉발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불만을 더더욱 들어봐야 한다.

따지고 보면 확률형 아이템은 이용자들의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수익모델이다. 대다수 이용자들이 대박을 바라고 결제하지만 현실에선 이른바 ‘꽝’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용자들의 민원을 희귀 아이템 대신 꽝이 나온 것에 대한 단순 불만으로 본다면 오산이다.

여기에서 ‘꽝’을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꽝이 지닌 가치에 따라 이용자들의 불만이 제기되는 탓이다. 투입한 돈의 가치만큼 등가교환이 됐다면 문제가 없지만 꽝으로 나온 아이템의 가치가 낮게 책정됐다면 분명 문제다. 물론 게임 내 경제 상황에 근거한 아이템의 가치다.

보통 꽝으로 나오는 아이템은 게이머들이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가치가 거의 없다고 느낄만한 아이템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 지점에서 게이머들이 게임회사를 ‘야바위꾼’으로 볼 만한 이유가 생기기 시작한다. 게임회사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도 금이 가게 되는 것이다.

토론회에선 게임회사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업계의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확률형 아이템을 과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 모델을 계속 끌고 나가는 것이 적당한지 등의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의 문제 제기가 분명히 있는 만큼, 국회 토론회 논의를 확장해 지금의 수익모델 운용에 대해 보다 활발한 의견교류의 장이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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