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고강도 스마트 전략’… 위기의 조선산업을 구할 수 있을까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ICT융합기술을 접목시킨 '스마트 조선(造船)' 전략의 위기에 빠진 조선산업을 극적으로 회생시킬 수 있을까.

최순실씨가 검찰 조사를 위해 출두한 31일, 국민들의 시선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쏠렸지만 세종정부종합청사에서는 기획재정부의 주도로 시급한 경제현안을 다루기위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선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비롯해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혁신방안’ 등 굵직 굵직한 경제 현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해법이 제시됐다.

그러나 이날 제시된 현안들에 대한 위기극복 방안에 대해 시장에선 ‘특별히 주목한 만한 혁신적인 내용이 없다’는 인색한 평가가 많았다.

특히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조선산업의 경우, 현실적으로 정부가 아무리 묘안을 짜낸다고 하더라도 당장의 위기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킬만큼 특별한 방안이 도출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 구조 자체의 경쟁력 약화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환경의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때문이다. 몇년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업계가 미리 위기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것이 후폭풍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정부는 이날 조선산업 위기극복의 해법으로 조선산업내 합병 등 강도높은 사업 구조조정과 함께 기술적인측면에선'고부가가치' 전략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고부가가치 전략이란 ICT를 활용한 스마트 전략 구현이 핵심이다. 세계 각국이 국가적 어젠더로 제시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의 관점에서 고강도의 ICT를 활용한 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이날 제시된 '스마트 조선'전략이 제대로 구현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실제로 ICT 융합 노력이 성과가 나타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특히 이 분야의 고급 설계 인력을 키우는 것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그 때까지 국내 조선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계속 버텨줘야 한다.
◆수주절벽의 현실, 조선산업 2020년까지 어렵다 = 정부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글로벌 선박 발주량(866만CGT)은 전년동기 대비 72%나 감소했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주력 선종에서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한국의 해양플랜트 수주는 전무하다. 국내 발주량까지 전년비 87% 감소했다.

앞으로도 녹록치 않다. 정부는 대형LNG선, 대형LPG선, 대형탱커, 대형컨테이너선, 시추선, FPSO 등 한국의 주력 선종의 경우 2016년~2020년 발주량이 과거 5년의 절반 수준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유가회복 지연으로 해양플랜트 주력선종(FPSO·시추선)의 2016년~2020년까지의 세계 발주량은 지난 2011~2015년 평균의 32%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업황 전반을 고려한다면, 아무리 ICT기반의 스마트선박 전략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위기극복에는 사실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스마트화 전략이 필요성을 강조하더라도 이점은 인정하고 얘기를 풀어가는 게 현실적이다.

◆ ICT를 통한 경쟁력 확보, 어떻게? = 정부는 LNG 연료추진선, 무평형수선박 등 친환경기술 개발, 선박과 조선소에 ICT를 융합한 스마트화,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율 제고(25%→40%) 등을 조선산업 경쟁력의 확보 수단으로 제시했다. 또한 오는 2020년까지 설계 등 전문 기술인력 6,600여명 양성, 고가의 설계 S/W 공동 활용시설 구축․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함께 자율운항시스템, 원격관제 등 스마트선박 핵심기술 개발하고, 조선소 ICT화 및 운영 생산성 제고를 통한 조선소 스마트화 전략을 통해 선박 건조비용 대폭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업체별로보면,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ICT·물류산업을 융합한 스마트선박(Smart ship) 시스템 등 선박연관 융합 서비스업 진출을 제시하고있고, 삼성중공업은 상선 부문을 친환경․고부가 선박 중심으로 전문화하고, 해양플랜트는 위험작업 대체로봇 제작․판매․운영 서비스 등을 스마트전략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조선산업의 ICT융합에 적극 투자 = 정부는 스마트선박 핵심기술 개발에 올해와 내년에 35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선박자율운항시스템, 원격관제시스템, 센서 등 핵심기술 개발이 주요 과제다. 박자율운항시스템은 항해통신장비 플랫폼, 항해 의사결정시스템 등 e-내비게이션(Navigation) 인프라의 고도화를 의미한다.

원격관제 시스템은 대형상선의 자율운항에 필요한 증강현실 기반의 원격관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스마트 센서는 엔진, 발전기, 평형수 등에 설치된 스마트센서를 통해 항해중 핵심 기자재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한편 정부는 스마트 조선소' 전략과 관련, 오는 2017년 시범적용 후 조선사 대상으로 보급 추진한다고 밝혔다. 공정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IoT(사물인터넷) 통신 및 빅데이터 분석 기술개발 지원(ICT융합 산업 4.0 사업)을 구현한다는 전략이다. 생산관리 지능화 및 운영 생산성 제고를 위해 생산현장에 적용 가능한 클라우드및 IoT 등 ICT 기술 개발에 오는 2020년까지 1074억원을 투입한다.

◆고급 설계인력 육성, 설계 SW공동사용 등 주목 = 조선산업은 설계능력의 경쟁력이 매우 주요하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설계분야에서 해외 의존도가 심해,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어 왔고, 조선산업의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 됐다. 이 때문에 국내 관련업계에선 설계 인력 확대 등 소프트웨어적인 경쟁력 제고의 필요성이 꾸준하게 제기돼왔다.

이와관련 정부는 중소 설계전문기업이 고가의 SW를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 엔지니어링 오픈랩을 올해말까지 구축한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기반 설계·엔지니어링 오픈랩 구축에 올해 편성된 예산은 35억원이다. 이와함께 올해말까지 외국 우수 설계전문기업 유치를 위한 현금지원 강화, 전담지원반 구성 등 지원방안도 마련한다.

한편 실전형 고급 설계 인력을 2020년까지 800명 이상 양성한다. 설계 경험이 풍부한 해외인력을 영입하여 국내외 인력의 설계 프로젝트 공동 참여(도제식)를 통해 설계 기술력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박기록
roc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