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공짜가 아니다”… 도입 효과에 경계의 목소리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금융권에서 ‘블록체인’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지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강조되고 있는 비용절감 효용성에 대해서도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3일 한국은행 본관 15층 대회의실에서 ‘디지털 혁신과 지급결제서비스의 발전전략’을 주제로 ‘2016년 한국은행 지급결제제도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선 블록체인에 대한 학계와 업계의 토론이 이어졌다. 활발한 의견교환 보다는 발제자 각자의 관점을 얘기하는 방식으로 이어졌지만 블록체인에 대한 섣부른 기대는 지양해야 하고 제도화를 위해선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홍익대학교 홍기훈 교수는 “제3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금융시장의 시스템 유지가 불가능하고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마이닝’은 공짜가 아니다”라며 분산원장과 디지털 통화에 대한 문제제기에 나섰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 도입으로 금융사 후선업무 자동화와 효율성 증진을 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현재도 가능하며 다만 비용이 많이 들 뿐”이라며 “블록체인을 운용하는데도 컴퓨팅 파워가 필요해 비용이 싸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분산원장으로 인해 확보되는 투명성이 반드시 거래비용 감소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됐다.
홍 교수는 “모든 거래정보가 공유되는 것이 증권거래 시장에 미치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을 수 있다. 뱅크오브캐나다 보고서에 따르면 거래기록의 투명화는 시장조성인의 유동성 감소를 가져온다는 지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점을 전제로 그는 “무조건적인 블록체인 적용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FIDO 인증 서버의 공개키 무결성 확보, 생체정보 기반 인증시스템의 전자서명값 등록 등에 블록체인 기술 활용을 검토하고 있는 금융결제원의 박정국 팀장은 “디지털 자산의 등록, 금융회사 간 공유 정보의 관리, 금융회사 간 계약 자동화 등 다양한 금융어플리케이션 활용 등에 블록체인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팀장은 “금융회사는 블록체인의 적용 가능성보다는 적용 시 효과에 관심이 있다. 하지만 비용절감 효과의 경우 상당한 시간이 경과 후 얘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실질적인 기술의 검증을 은행들이 원하는데 이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단기적인 비용절감은 어렵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시스템이 개발되더라도 안정성 차원에서 처음에는 두 개의 시스템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금융시장을 위해 마땅히 져야 할 서비스에 대한 책임도 불필요한 규제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라며 분산원장 업체 등 핀테크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금융 서비스 질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발표한 순천향대학교 권혁준 교수도 “블록체인의 전환비용과 규모의 경제 편익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호환성 확보와 표준화 필요성이 있다. 또, 법적 선례와 책임 모형 등 거버넌스 모델의 수립과 조세체계의 확립 등이 거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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