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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촛불집회, 통신사 차벽 광화문 등장…이유는?

윤상호
- 서울 도심 이동통신 20년 최대 인파 운집…통신사, 서비스 관리 연일 ‘비상’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서울 사대문 안은 차량이 다니지 않았다. 서울 시내가 온통 광장이 됐다. 광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난 12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인파는 상상을 초월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보다 많은 인원이 거리로 쏟아졌다. 경찰은 청와대로 가는 길목에 차벽을 세웠다. 주요 우회도로에도 차벽을 배치했다.

세종문화회관 앞길엔 색다른 차벽이 있었다. 통신사가 보낸 이동기지국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모두 이날 서울 시내에 배치한 이동기지국 수는 이동통신 20년 역사상 최대다. 연말연시 보신각 타종 행사 때보다 설과 추석 때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보다 더 많은 수를 내보냈다. 1987년 6월 항쟁 때는 이동통신이 대중화되지 않았다.

A 통신사 관계자는 “서울 인근에서 운영하는 이동기지국 전체를 광화문에 배치했다”며 “13일 동시접속 기준 평시 트래픽의 4배 이상 접속 시도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은 기지국이 있어야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기지국까지 신호는 유선으로 오간다. 기지국은 이용자의 휴대폰과 무선으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너무 많은 휴대폰이 한 기지국에 몰리면 병목이 발생한다. 통화나 데이터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가 그렇다. 그렇다고 용량을 무한대로 늘려놓을 수는 없다. 비용과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통신사는 인구 등을 분석해 최적의 기지국 위치와 용량을 결정한다. 전국으로 보면 전체 기지국 중 절반이 서울 및 수도권에 있다. 이 중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보다 촘촘히 관리한다.

통신사가 운용하는 이동기지국은 기지국을 차량에 설치한 형태다. 일시적으로 트래픽이 집중되는 곳에 차량을 보내 해당 지역 기지국의 부담을 덜어준다. 이동기지국은 대부분 ▲연말연시 ▲명절 ▲휴가철 때 출동한다. 기존 기지국 용량을 늘리기는 비효율적인 곳에 간다. 사람이 가장 많은 곳에 자리를 편다. ▲연말연시 서울 보신각 ▲명절 만남의 광장 휴게소 ▲휴가 부산 해운대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2일의 경우 광화문 광장에 사람이 가장 많을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세종문화회관 앞길에 통신 3사의 차벽이 만들어진 셈이다.

B 통신사 관계자는 “이동기지국은 사람이 가장 많이 집중된 곳에 두는 것이 원칙”이라며 “통신 3사 이동기지국이 몰려있는 것도 그래서”라고 설명했다.

이동기지국 1대는 일반 기지국의 3배 정도 용량을 갖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 3사는 평소에 비해 9~15배 정도 트래픽 폭주에 대비했다. 차이는 점유율이 원인이다. 무작정 늘린다고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동통신은 기지국 경계지역에선 품질이 떨어지거나 더 강한 신호를 찾기 위해 휴대폰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기도 한다.

이날 집회 행진코스는 6개였다. 이동기지국이 행렬을 따라다니면 더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다. 차량 기지국은 기지국을 차에 실어둔 것이다. 차량에 유선을 연결하는 탓에 차가 움직일 수는 없다. 통신 3사는 국가재난안전통신망(PS-LTE) 수주를 위해 말 그대로 이동기지국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배낭처럼 메고 다닐 수 있는 배낭기지국, 드론에 기지국을 단 드론기지국 등이 그것이다.

C 통신사 관계자는 “지금의 이동기지국은 기존 기지국의 부하를 덜기 위해 임시로 세운 기지국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며 “일상생활에서 진정한 이동기지국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력과 용량 등 해결할 과제가 아직 많다”고 전했다.

한편 그럼에도 불구 이날 일부 지하 등에선 원활한 이동통신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만큼 많은 이가 광장에 모였다. 경찰은 이들이 26만명이라고 밝혔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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