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높아진 그룹 내 위상…반도체 르네상스 노리는 SK하이닉스

이수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SK하이닉스가 22일 청주 반도체 공장 증설에 2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국 우시에 위치한 기존 D램 공장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도 95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두 공장은 2019년 상반기까지 각각 공장 건물과 클린룸 건설 및 확장이 진행된다.

이번 결정은 2015년 8월 밝힌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반도체 46조원 투자 방안의 일환이다. 당시 최 회장은 광복 70주년 특별 사면으로 석방된 뒤 가진 공식 경영 행보에서 “경영위기 극복과 경제 활성화 관점으로 보면, 현 경영환경의 제약요건에서 과감히 탈피해 선제적으로 투자시기를 앞당기고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향후 10년 동안 46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며 준공을 마친 이천 M14 공장 외 경기도 이천과 충북 청주에 각각 새로운 공장을 하나씩 건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천 M14 준공식에 참석한 최 회장은 “SK하이닉스는 구성원들의 열정으로 굴곡의 시간을 극복하고 세계 2위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자 한국의 반도체 수출 역군으로 우뚝 섰다”며 “투자 조기집행 및 확대를 통해 경제 활성화, 청년 일자리 확대, 협력사와의 성과 공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작년 기준으로 이미 간판기업인 SK텔레콤의 매출액을 뛰어 넘었고 2015년 3분기까지 7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기록했다. 이후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약세로 시황이 나빠지면서 일시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졌지만 올해 4분기에는 다시 영업이익이 1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위상을 바탕으로 박성욱 사장은 21일 진행된 SK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은 SK텔레콤도 없다. SK그룹은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하기 위해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역할을 재편하고,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갖춘 인사를 신임 경영진으로 과감하게 발탁했다”고 전했다.

◆4차 산업혁명, 메모리 반도체 수요 정조준=SK하이닉스는 청주 신공장에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장비투입시기는 시장상황과 회사의 기술역량 등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3D 낸드플래시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웨이퍼 투입 기준으로 월 3~4만장이 생산되고 있으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3세대(48단) 제품의 비중은 아직까지 낮다.

일반적으로 3D 낸드플래시는 2세대(36단)까지는 만들어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다. 하루라도 빨리 연구개발(R&D) 역량을 끌어올리면서 램프업(증산)을 본격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SK하이닉스는 청주에 2008년 준공 이후 지속 생산능력을 확충해 온 낸드플래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부터 이천 M14 2층에서 3D 낸드플래시 양산도 시작한다. 하지만 3D 제품이 견인할 중장기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기반의 선제적인 확보가 필수적이다. 청주 공장 증설은 이런 전략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과라고 봐야 한다.

D램도 마찬가지다. 미세공정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원가절감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올해 1x 나노 D램 R&D를 완료하고 오는 2019년 EUV 노광 장비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결국 낸드플래시에서의 수익을 극대화하고 D램은 지속적인 공정전환,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개발, CMOS 이미지센서(CIS)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 등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업계에서는 빅데이터, IT 기기 성능 향상 등 ICT 환경의 고도화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15년부터 823억 GB이던 낸드플래시 시장은 오는 2020년 5084억 GB까지 확대되는 등 연평균성장률(CAGR)이 44%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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