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연구조직이 은행에 흡수된 이유는?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시작됐다. 새해 첫 출근해 기분도 전환할 겸 책상주위를 정리하려다보니 2010년 초부터 모아 온 각종 자료들이 눈에 밟힌다. 각 산업협회, 공공기관 정책 자료, 금융정보화추진자료 등 기사를 쓰는데 유용했던 자료들이다.
정리하려면 일단 과감하게 버리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손이 움직이질 않는다. 아마도 올해도 내 책상 위의 자료들은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 대개 기자들의 자료 욕심은 끝이 없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자료라고 생각되면 무의식적으로 저장한다. 세상이 디지털로 변하고 전자문서가 일반화되고 있지만 책으로만 발간되는 자료들에 대한 수집은 새해에도 지속될 것 같다.
지난달 26일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영업 양수도에 관한 안건을 의결하고 KEB하나은행-하나금융경영연구소를 통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하나금융그룹 내 관계사였던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KEB하나은행으로 이전해 향후에는 은행 내 독립 본부 형태로 운영될 계획이다.
이번 통합을 계기로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KEB하나은행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빅데이터 등의 활용을 통한 은행과 연구소 간 개방형 협업이 가능해져 향후 시너지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같이 금융사 연구기관이 발간하는 리포트나 연구 보고서 등의 자료는 기사를 쓸 때도 유용하다. 기자가 놓칠 수 있는 해외 시장 동향과 국내 금융사 시각을 반영한 기술 동향 등을 알아보는데 좋은 참고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심 있던 기술과 동향에 대한 금융사 연구소의 자료가 나오면 일단 컴퓨터에 저장하고 보는 편이다.
마찬가지로 금융사의 IT부서에서도 좋은 리포트에 대한 욕심은 기자와 마찬가지인 듯 하다.
지난해 3월초, 당시 한준성 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전무(현 부행장)와 인터뷰를 가졌을 때다. 인터뷰자리에서 그는 두툼한 연구 리포트를 자랑스럽게 내보인 바 있다. 매일, 혹은 매주 해외 핀테크 시장 및 금융사의 동향을 정리한 문서를 책으로 묶은 것이었다. 한 권이 아니라 여러 권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가장 최신판 한권만 볼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는 “이것 자체가 경쟁력이자 아이디어”라며 완곡히 거절하던 기억이 난다.
또 다른 시중은행 IT기획팀 관계자는 자신이 하는 매우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임원들을 위한 리포트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밝히 바 있다. "핀테크 등 기술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IT담당 임원을 제외한 다른 임원에게 이를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선 리포트가 꼭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한 생명보험사 기획팀 관계자는 지난해 한 글로벌 시장조사 회사가 개최한 IT세미나에 회사 대표와 함께 참가했다. 새해 IT시장 및 기술동향을 보고 새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그도 "리포트를 작성해 전 임직원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IT부서에서 시장동향과 기술,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고품질의 리포트'는 업무 추진에 직접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번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KEB하나은행으로의 흡수 사례는 신속한 시장 대응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상황에선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보인다.
다만 합쳐진 연구조직과 기존 은행 현업 조직의 시너지를 어떻게 극대화시킬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물론 시너지를 내는게 현실적으로 쉬운일은 아니다. 너무 이론에만 매몰되거나. 그반대로 너무 현장의 목소리만 강조될 경우, 또는 생산성없이 사사건건 충돌할 경우 결국 '피로한 조직'으로 남게될 우려가 있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글로벌화가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신 기술및 시장 정보의 취합과 정확한 분석, 그리고 이 결과물을 즉시 현업에 적용하기위한 조직 전략은 비단 금융권의 문제는 아니다.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통합은 단순한 사실이지만 그 자체로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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