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블랙리스트
- 대선의 해, 단말기유통법 흔들기 그만해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블랙리스트. 현 정부가 만들었다는 블랙리스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리스트도 있고 시행한 사람도 있고 피해를 본 사람도 있는데 만든 사람만 없다. 소위 '박근혜 - 최순실' 게이트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주어도 없고 책임지는 이도 없다. 배제할 사람만 있다.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은 이뿐 아니라 박 대톨령과 최씨의 이익에 반하는 이까지 이름을 올렸다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여기서 블랙리스트는 요주의 인물명단을 뜻하는 용어다. 정치 사회 문화 노동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블랙리스트는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분야는 그렇지 않다. 블랙리스트는 폐쇄성을 깨는 수단 중 하나다. 최소한 통신시장에서는 그렇다. 통신사와 제조사의 기득권을 허물기 위해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2012년 시행했다.
정부는 통신사가 정한 휴대폰(화이트리스트)이 아니라 문제가 되는 기기만 네트워크 접속을 불허(블랙리스트) 방식으로 전환했다. 도난당하거나 분실된 휴대폰만 아니면 가입자식별모듈(USIM, 유심)을 꽂아 쓸 수 있다. 통신사가 아닌 곳에서 휴대폰을 팔고 국내에 시판하지 않은 제품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된 전환점이다.
블랙리스트 제도에 힘을 실어준 것은 단말기유통법이다. 자급제와 지원금 상한제 도입은 국내 제조사와 통신사가 지원금을 무기로 시장을 왜곡하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가격과 지원금이 투명해졌다. 단말기 과소비가 사라졌다. 지원금을 많이 쓰지 못하는 해외 제조사도 판로를 개척할 수 있게 됐다.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받는 이가 늘었다. 그늘도 있다. 거래 규모가 줄어드니 수수료로 먹고 사는 쪽은 힘들어졌다. 대리점과 판매점은 울상이다.
단말기유통법 특히 지원금 상한제에 대한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다. 지원금 상한제 탓이다. 통신사만 이득을 보는 제도라고 주장한다. 통신사 마케팅비가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매출과 이익도 줄었다. 단말기유통법은 박근혜 정부의 ICT정책 중 그나마 쓸 만한 것 중 하나다. 휴대폰을 교체하지 않아도 통신사를 옮겨 다니지 않아도 요금할인 등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블랙리스트 제도와 지원금 상한제가 동시에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원금을 뿌려 득을 보는 쪽은 유통과 휴대폰을 자주 교체하는 사람, 그리고 제조사다. 2017년은 대선의 해다.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단말기유통법을 흔드는 일은 이제 그만해라. 어차피 지원금 상한제는 일몰제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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